여야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6일 쟁점사항인 정부조직개편법과 인사
청문회법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기획예산처의 소속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국민회의간 힘겨루기가 계속돼 진통을 겪었다.

여야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3당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간 6인회의를 열어
쟁점사항에 대한 막판절충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회의가
연기되는 등 막판까지 파행을 계속했다.

한나라당이 "회의불참"이라는 강공책을 편 것은 우선 협상용 카드로
준비하고 있던 기획예산처의 기능분리방침이 언론에 흘러나간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박권상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장이 지난 15일 기획예산처의 기능과
소속조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것도 한나라당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맹형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위원장의 발언은 한마디로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발언으로서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종호 의원 등 소속의원 일부가 이날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국회총리인준동의안에 대한 찬성입장을 밝히고 나서자 한나라당 수뇌부가
이를 여권의 한나라당 흔들기의 신호탄으로 보고 대여 강경입장을 강화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득 원내총무는 기자회견을 통해 "아무리 전쟁이 난 급한 상황이라도
해도 육군참모총장을 대통령실에 둘 수는 없다"면서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총무는 특히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둔다는 것은 새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을 빙자하고 개혁을 위장한 것으로, 그 발상에서부터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반민주적 통치의 일단을 내비치는 것"이라며
김당선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기획예산처 소관과 관련해 국민회의측은 재정 건전화와 IMF체제 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예산권을 갖고 강력한 경제개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의 이같은 예산권에 대한 "집착"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이
거대야당의 정치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권한 비대화와 위헌소지 등의 이유를 들어
청와대 소관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
고 돼있기 때문에 행정의 고유업무인 예산기능을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
직속으로 둔다는 것은 행정부와 국무총리제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도 표면상의 이유와는 달리 대통령이 예산권을 갖고
있을 경우 지역구 개발예산을 따내기가 힘들어져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는 후문이다.

여야는 오전에 예정됐던 6인회의가 무산된뒤 물밑접촉 등을 통해 각당의
최종 입장을 정리, 이날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회의를 열고 막판 절충작업을
벌였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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