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와 관련,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에 대한 감사원의 특감이 30일
시작됐다.

우리나라가 왜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하게
됐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 했는지가 특감에서 규명된다.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감사원 특감은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외환 보유고 =정부는 지난해 10월말현재 외환보유고를 3백5억달러라고
발표했었으나 비상시에 실제로 쓸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고는 2백25억달러에
불과했었다.

더욱이 11월 이후 국내은행들의 차입길이 막히면서 정부가 국내은행
해외지점에 예치해 주는 외환보유고는 점점 늘어났다.

이에따라 가용 외환보유고는 급격히 줄어들어 IMF 구제금융 합의시점인
12월4일에는 5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달여만에 1백75억달러가 감소한 것이다.


<> 환율정책 =환율정책의 적정성여부도 특검 대상이다.

지난 96년 하반기 이후 경상수지가 급격히 확대되자 정부는 물가만이라도
잡겠다는 계산으로 9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퍼부어 원화환율을 낮게 유지
(고평가)했다.

재경원과 한국은행은 환율정책을 놓고 계속 논란을 벌였다.

특히 10월말 해외차입이 끊기고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이 빠져 나가자
한은쪽은 환율상승을 조기에 용인할 것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과 한은중 어느쪽의 판단이 잘못됐는지가 쟁점이다.


<> 상황보고 =외환위기를 어느 시점에서 보고했는가, 어느 단계까지 보고
했는가가 불명확하다.

금융시장동향을 매일 접하는 한국은행과 재경원 실무선에서는 조기에 이를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재경원의 경우 외화자금과장->금융총괄심의관 라인과 국제금융과장->
국제금융증권 심의관 두 라인에서 금융정책실장->차관->부총리 순으로
보고된다.

한국은행은 외환시장과장과 외환기획과장->국제부장->국제담당임원->
부총재->총재 순서로 보고한다.

11월초부터는 재경원과 한은이 매일 외환시장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부총리와 수석은 1주일에 두차례이상 만나 논의했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시점과 관련, 11월14일 강부총리가 김대통령에게 금융
시장안정대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IMF 구제금융 신청을 건의했으나 김대통령
은 "내 임기중에 꼭 가야만 하느냐"고 반문, 구제금융 신청이 지연됐다는
얘기가 있다.

또 김대통령은 11월19일 부총리경질 직전에야 "외환사정이 어렵단다.
심각하데이..."라고 되뇌었다는 얘기도 있다.

보고시점을 11월10일로 잡아도 해외차입선이 끊어지기 시작한 10월22일
(기아자동차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일)이후 2주이상 지난 뒤이다.


<> 묵살된 보고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문제가 거론되자 한국은행 KDI는
물론 재경원 금융정책실에서조차 자신들이 위기를 경고했으나 고위층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책임회피성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 해석상 쟁점 =김대통령은 지난12일 강경식 전부총리와 김인호 전수석을
불러 만찬을 함께 하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강부총리와 김수석은 외환위기 대응에 대한 미시적인 책임을 인정할지는
몰라도 시장경제논리적용 기업체질개선 등이 좌절된 책임까지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한국당 등이 기아자동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반대, 기아처리가
지연돼 외환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가 어느선까지 감사대상을 한정할지 주목된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