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실시여부가 불투명했을 뿐 아니라 하더라도 언제 하게 될지
불확실하던 "경제청문회"가 이르면 새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3,4월께 늦어도
5,6월에는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기간중 청문회 개최를 공약해온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국민회의
내부에서조차 "신중론"과 연기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았다.

김당선자는 18일 "국민과의 TV대화"에서 "나라를 빚더미에 올려놓은
사람들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경제청문회는
새정부가 들어서면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정.관계는 청문회 개최가 일으킬 정치 경제적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문회를 진행하다 보면 알려지지 않았던 의외의 국정
난맥상이 드러나거나 관련자들의 직무유기 등이 밝혀져 사법처리가 뒤따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문회를 통해 현재의 외환.금융위기를 불러온 원인이나 위기대처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파헤쳐 다시는 이번과 같은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래 취지가 자칫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치보복"이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시대"를 조기에 마감하기
위해 전국민적 고통분담을 요하는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파간 불협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김당선자는 "진실을 알고 대책을 세워야만 나머지 사람들도 정신을
차린다"면서 청문회 개최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이것은 결코 정치보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회의 내부에서도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한 당초의 취지만 살려야지
과거 정권에 대한 단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비상경제대책위의 김당선자측 위원인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도 최근
"청문회는 반드시 개최하되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여튼 정치권은 이제 경제청문회의 대상과 출석할 증인들의 범위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로서는 최근의 외환위기 상황과 관련된 당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경제원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들로 범위가 한정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한보나 기아사태 등은 물론 김영삼정부의 전반적인 경제정책
집행과정이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야 협조하에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어야 할 김당선자나 국민회의 자민련
측의 수뇌부도 현재로서는 경제청문회의 범위 확대를 원치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진행하다보면 현상황에 "분노"를 표하고 있는 다수 국민의 여론
흐름에 따라 정치권이 제어하기 힘든 상황으로 청문회가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