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능이 계획보다 축소되고 있다.

당초에는 경제위기해소방안 정부조직개편문제를 포함,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과거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미래의 청사진까지 제시하는 과도
정부에 버금갈 정도의 역할을 자임했다.

그러나 김당선자가 5일 오후 비상경제대책위원 6인을 불러 긴급경제현안의
대부분을 비대위에 맡긴데 이어 7일에는 정부조직개편위원회를 공식 가동함에
따라 뚜렷한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김당선자가 취임전에 처리해야할 핵심과제인 경제개혁관련 법안처리와
외환위기해소 등 경제현안과 정부조직개편 등의 과제가 대부분 비대위와
조직개편위에 넘어갔다.

이에따라 인수위는 업무인수.인계에 중점을 둘수 밖에 없는 구도로 잡혀
가고 있다.

김당선자는 지난 26일 인수위사무실 현판식을 가진뒤 인수위원들에게
"집권자로서의 티는 내지말돼 과거정부의 잘못을 따질 것은 따지라"며 "새
정부가 국정을 수행할 미래의 청사진도 제시해 줄 것"을 당부, 힘을 실어
줬다.

인수위는 이에따라 정부의 업무인수.인계과정에서 현정부의 실정을
파해치는 것은 물론 정부조직개편과 각종 개혁프로그램을 제시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인수위의 종사자만도 과거 김영삼대통령의 인수위에 비해 2배나 많은
대규모 조직으로 진영을 갖췄다.

현정부의 문제점을 파악한뒤 새정부의 정책기조를 세우는 일까지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다.

인수위는 특히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기 위해 정부측에
관련 문서폐기를 중지해줄 것부터 요청하고 삼성자동차의 사업권승인,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선정, 지역민방허가 등을 3대 의혹사업으로 규정,
현정부의 비리를 밝히는데 치중한 듯한 인상을 줬다.

인수위의 이같은 의욕이 과거비리를 밝히는 쪽으로 발산되는 기미가
보이면서 홍사덕 청와대정무수석으로부터 "과거 국보위와 같은 인사을 준다"
는 비평을 받는 등 갈등을 빚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김당선자는 현정부와 갈등을 겪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불편한 심기를 보이며 인수위와 비상경제대책위
정부조직개편위 등 간의 역할분담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김당선자는 5일 오후 비대위 6인을 불러 "그동안 IMF 문제에만 매달려
왔는데 앞으로는 노동시장유연성확보 기업구조조정 물가안정 등 5대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뤄 달라"고 경제현안의 대부분을 비대위에 맡겼다.

김당선자는 국내금융시장의 정상화문제와 실업대책 등 외환위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적은편인 경제정책까지 비대위에 일임했다.

김당선자의 이같은 당부가 있은 직후 김용환 비대위원장은 이종찬
인수위원장을 만나 이와관련, 교통정리를 한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조직개편문제도 완전히 7일 출범하는 정부조직개편위원회에 넘어갔다.

인수위는 해당부처로부터 조직개편에 대한 의견을 취합한뒤 조직개편위로
자료를 넘겨 주기로 결정한 상태다.

"인수위는 정부부처로 부터 업무현황을 "보고"받는게 아니라 "청취"하고
있으며 조사나 추궁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는 이종찬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의 강경 자세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권한의 집중을 막겠다는 김
당선자 특유의 지도력이 발휘됐음을 엿볼수 있게 한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