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국회에서 통과된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
이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 김영삼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입장을 고려할때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 재적의원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법안을 최종 확정할 경우 김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의 역학관계를 감안할때 청와대 입장을 지지할 정치세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 현실적인 제약요인으로 지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이와관련, "금융실명제의 기본 골격을 훼손
해서는 안된다는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는 정의사회와 공평
과세의 구현을 위해 금융실명제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공평과세의 기본틀을 유지하는 동시에 제도상의 불편을
해소하고 일부 보완하겠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금융실명제의 기본골격
을 훼손하지않는 범위안에서 보완해 나가는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대통령이 거의 유일한 치적이라고 까지 평가받는 금융실명제에
대한 애착을 반영하는 것으로 실명제의 실명만은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임창열부총리를 국회에 보내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토록했다.

그는 그러나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실명제 대체입법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입장에
대해서는 "IMF가 실명제의 기본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지적했으나
아직까지 그 문제 대해 엄격하고 강력하게 문제를 삼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