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되어 있는 금융실명제를 법으로 전환하는 과정
에서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신당 방침이다.

실명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므로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근본 취지를 살릴수 있도록 대폭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질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돈에 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적 배경이 서구
와는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구사회에서는 돈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노출시키기를 좋아하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반면 우리의 경우 돈이 있어도 없는 척하는게 미덕이고 많이
쓰면 경멸의 대상이 된다는 문화적 갭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돈에 대한 인식을 고쳐 나가야지 정의와 불의 다루듯 징벌적 차원
에서 접근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후보가 실명제 보완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방안중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되 자금출처 조사면제에 대한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 있다.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경제회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검은 돈"이든 "흰 돈"이든 모두 동원할 필요가 있는 만큼
굳이 검은 돈을 양성화하는 과정에서 "과거"를 일일이 캐물어 돈이 잠기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금융실명제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안에는 벤처기업
에의 투자를 전제로 일정액(20%)을 부담금으로 납부할 때는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 조항의 경우처럼 자금출처 조사면제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기업자금
조달을 원활히 할수 있다는 얘기다.

지하자금 양성화 방안으로는 무기명 장기채권 발행을 통해 기업안정기금을
조성, 창업지원자금과 진성어음보험기금 등에 사용토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실명제 보완과정에서는 특히 예금자에 대한 비밀보호를 엄격히 규정하고
금융거래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는 한편 세무조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과세형평 달성이라는 실명제의 본래 취지 구현을 위해서는 조세체계를
정비, 납세의 수평적 수직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금융소득과 주식양도차익을 합산과세하는 대신 근로소득은 분리과세
하며 세액공제율도 40%로 올리고 유사세목을 통합해 현재 32종에 달하는
세금의 종류를 절반이하로 줄이자는 방안 등은 그 한 예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