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후보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실명제를 폐지
하기 보다는 대폭 보완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금융실명제를 폐지할 경우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문민정부의 개혁이 후퇴한다는 비판이 있는데다 과징금을 납부하고
이미 자금출처조사를 받은 실명전환 예금주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실명제의 골격은 유지하되 경제활동에 아무런 불편이나 위축
없이 더 이상 실명제로 인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한다는게 이후보와
당지도부의 견해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은 26일 조순총재 주재로 "경제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제1차회의를 열어 <>한시적 금융종합과세 유보 <>무기명 장기산업채권
발행허용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 등 투자자금의 실명확인 유보 <>소액거래
및 금융소득을 수반하지 않는 단순 송금의 실명확인 유보 <>금융거래에 대한
철저한 비밀보장 강화 등을 금융실명제의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물론 실명제 긴급명령을 폐지해 조세관련법에 흡수, 실명제의 근본취지를
살리면서 공평과세를 실현하자는데도 동의하고 있다.

지하자금 양성화의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무기명 장기산업채권의 경우
최근 상속.증여세법이 개정돼 최고 세율이 45%로 하향 조정된 것을 감안,
채권의 기간과 이율은 채권의 현재 가치가 액면가액의 55% 내외가 되도록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후보는 특히 증권 및 금융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를 긴급명령 등과 같은
특단의 조치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분리과세 소득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지 말자는 일부 야당과 재계의
주장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세청에 소득자료를 통보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이 세무행정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는 세무관련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자금세탁을 방지해 정의사회를 구현하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뿐
아니라 탈법적인 상속 및 증여의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이후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사용에 따른 긴축재정 고용
불안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보다 획기적인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다각도로 대처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