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한창이다.

"여당2중대"라는 일부 비난에 한사코 "말도 안된다"며 반발하던 민주당
사람들이 신한국당과 합당,한나라당의 일원이 됐고 "3김청산"을 외치던
국민통합추진회의가 3김중 2김이 제휴한 DJT에 합류했다.

또 DJ로의 단일화에 반발한 대구.경북출신 자민련의원 일부가 다른 당으로
옮겼다.

지역발전을 위해 무소속을 택했다던 모광역단체장도 새둥지를 찾았다.

이밖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평소 자신들이 밝혀온 소신과 정치적 입장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줄서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마디로 압축된 정치일정속에 배신과 변절이 무더기로 양산되는 듯하다.

어쨌든 그들의 변명은 그럴듯하고 대의명분까지 갖춘 듯하다.

구국 개혁 번영..

그들 말대로라면 그들은 이 나라에 둘도 없는 애국자다.

그가 속하기로 한 패거리를 제외한 나머지 패거리는 모두 매국노들이거나
청산및 교체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뭐라고 하건 마음속엔 야욕과 야심이 가득차 있을 뿐이다.

"잘되면 한자리 얻을 수 있을거야" 이게 진짜 속셈이다.

그들이 각자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야욕과 야심의 실현전망에 대한
평가에 따른 줄서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같은 행태에 가해졌던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이번 대선정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옳고 그른 것을 따져 무엇하냐는 심리가 팽배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회적 윤리나 도덕의 잣대가 어느덧 정치논리에 물들어
무디어진 탓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유권자들마저 지나치게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로
얻을 "자리"에 집착한나머지 이성을 잃은 것일까.

행여 "그러면 어떠냐"는 반문이 있을까 두렵다.

여전히 중요한 정치와 정치인들을 심판할 권리가 있는 국민이 흔들리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허귀식 < 정치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