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관련법안들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금융개혁관련 13개 법안중 그동안 논란을 불러왔던 한은법 개정안과
금융감독기구 통합법은 사실상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자민련과 국민회의가 반대하는 마당에 신한국당에서도 무리를 하며 법안
통과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재경위가 열린다 해도 30명 의원중 신한국당 의석수는 14명에 불과하다.

한이헌의원이 국민신당으로 옮아간 바람에 과반을 밑돌게된 것이다.

그나마 신한국당에서도 지금은 영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들 법안의 통과 시한은 이론적으로는 오는 18일 본회의가 끝나는 싯점
이지만 15일께면 통과여부가 확정된다.

국민회의 등 야권에서는 13개 법안중 한은법과 감독기구통합법은 시급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굳이 한은법등의 동시처리를 고집하는 것이야
말로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이런 지적에는 수긍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재경원은 11일 오후 윤증현실장이 기자실에 들러 관련법안들의 분리
통과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은법이나 금융감독기구 통합법은 금융위기 해소는 물론 부실채권 처리
등에 반드시 필요한 법들인 만큼 나머지 11개 법안들과 함께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경원의 또다른 관계자는 외국투자가들이나 언론이 한국의 금융개혁법안의
통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만일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것이 한국금융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을 다시 증폭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식 부총리는 야당의 총재들을 잇달아 만나 법안들의 일괄처리를
호소할 방침이지만 아직 국민회의측으로부터는 약속시간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일괄통과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금융감독기구 통합이 감독의 효율성을 가져 온다는 주장 자체에 대해
회의가 많다.

이들 반대론자들은 일본이 통합감독원을 설립한 것은 그동안 대장성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감독기능을 대장성 기능재조정의 일환으로 떼내는
것일 뿐 분리되어 있던 것을 통합하는 것과는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은의 반발은 더욱 적극적이다.

한은은 한은법의 개정을 최근의 금융위기를 해소하는 해법의 하나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발언은 한은법을 밀어부치기 위한 일종의 음모적 발상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경실련등과 공동으로 강경식 부총리 퇴진운동을 벌일 것을 천명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선언하고 있다.


<>.국민회의 등 야권의 반응도 한은과 비슷한 논리에 입각해 있다.

한은법이나 금융감독원 설립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이지 시급히
해치워야할 성격은 아니라는 논리를 국민회의는 펴고 있다.

국민회의는 최근의 금융위기는 기아해법의 실패 등 정부의 잘못에서 기인
하는 것인데도 이를 빌미로 정부가 법안의 통과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사태를 호도하는 것은 물론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는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이번에도 또다시 한은법 개정이 보류
되는데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기 해법으로 관련법을 물고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도 일단 정부가 분위기를 그렇게 잡은 이상 만일 이들
법안의 통과가 좌절될 경우 이번에는 역으로 국내금융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떻든 김영삼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으로 막이오른 소위 금융개혁은 이번
에도 다시 좌초의 기로에 서게 됐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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