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7일 오전 갑자기 신한국당을 탈당하기로 전격 결심한데는
최근의 정치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날 아침에야 결심을 통보받았을 정도로 최종결정은
김대통령이 단독으로 내렸다.

김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선정국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태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이 6일 오후 대책회의를 갖고 탈당
과 관련해 건의한 내용은 <>이번기회에 탈당한다는 안과 <>탈당을 표명하되
일단 유보한다는 안 <>탈당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안 등 3가지였다는 것.

이 가운데 김대통령이 탈당안을 수용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번 결정은 김대통령의 독단적인 결단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김대통령이 지난 3일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회담에서 "탈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이나 김실장이 지난 5일 "탈당문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금"이라는 표현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데 비추어 보면 불과 2~3일
사이에 탈당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김실장은 "최근의 정치상황이 결심을 재촉했다"며 "김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정치권이 저질 타락선거로 전락하고
있는데 대해 개탄을 금치 못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당적보유와 공명선거는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아래 탈당할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는데 정치권의 혼탁양상을 보고 당적보유보다는 대선의 공정
관리에 더 비중을 두게 됐다는 것이다.

김광일 정치특보는 이와관련, "당적보유와 대선의 공정관리는 별개의 문제로
양립할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할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양립할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김대통령의 입장변경을 정치권의 혼탁한 상황
탓으로 돌렸다.

그는 "경제적으로나 안보면에서 위기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대통령선거가
이를 더 악화시키는 방향을 흐른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서 "김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선거분위기가 이대로 가선 안된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까지 혼탁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앞으로 공정선거관리를 위해 전적으로 제3자의 위치에서
심판자역할을 할것이라는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흑색선전이나 폭로전에 대해 공권력을 총동원,
강력하게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8일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이어 10일 임시국무회의 등을 직접
주재하는 것은 이러한 공명선거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검찰에서 공안부장검사회의를 앞당겨 소집하고, 경찰 역시 선거관련
책임자회의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김대통령의 이러한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앞으로 공정선거관리에 대한 조치들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 어느 경우도 법적 조치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강도높은 공권력 발동을 시사했다.

실제 현역의원들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권이 행사될 경우
정치권은 또 다른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