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탈당으로 민주계를 중심으로한 신한국당 비주류측의 행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일부는 조기에 집단 탈당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으나 대세는
당에 잔류, "반이회창 투쟁"을 강력히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탈당 추진파들은 스스로 만든 당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상황이지만,
이총재를 비롯한 당내 주류측의 탈당권유에 의해 밀려나는 모양새가 돼
적잖이 고민하는 모습이다.

특히 김대통령의 오랜 측근들은 자신들이 탈당해 국민신당에 가담하는 것이
"김심"시비를 낳을 수도 있는데다 신당측에서도 크게 환영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탈당한 7일 민주계 의원들은 잇단 대책모임을 갖고 우선은
"대통령을 마구 흔들어 결국 탈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게 누구냐"며 이총재
를 포함한 당지도부와 이총재 주변 일부 민정계 인사들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 인사는 김윤환 선대위원장이 사실상 김대통령이 탈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김수한 국회의장과 김명윤 신상우 서청원 김정수 의원 등 중진들은 이날
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집단 모임을 가졌다.

초.재선 의원까지 20여명이 참석한 회의는 지난 6일 경북지역 필승결의
대회에서 주최측이 김대통령을 상징하는 ''03'' 마스코트를 몽둥이로 내리친
사건이 알려져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권철현 의원 등은 석간신문에 난 사진을 보고 "이 나라는 완전히
무너졌다"며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이런 패륜적인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격분했다.

일부 의원들은 당장 탈당하자는 의견도 개진했지만, 대다수는 당내에
잔류, "이회창 불가론" 확산과 "당의 수구회귀 저지"쪽에 힘을 모으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이를 위해 비주류의 세를 결집, 조만간 당내 "반DJP 총연대"를 결성
하고 3선급 이상으로 집행부를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당내구락부" 또는 "당내 당"이 출범하게 될 전망이다.

탈당보다는 당내 투쟁쪽으로 가닥을 잡고, 앞으로 조직적인 투쟁을 전개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신한국당 내부의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이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신한국당은 심각한 "적전분열"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게 현재로서는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류측이 "안에서 흔들지 말고 차라리 나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태를 가장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