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특별당비 모금 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대선을 앞두고 11, 12월 두달 동안 중앙당의 상근당직자들은 국회의원
세비 거의 전액인 5백만원씩 두번 내기로 했다.

하위 당직자들이나 일반당원들은 각자의 능력과 성의에 일임키로 했다.

신한국당은 6일 여의도 당사에서 이한동 대표 등 고위당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당비 납부운동 출범식및 필승서명식"을 갖고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집권여당이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본격적인 모금운동을 벌이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야말로 자금이 부족해서인지 모금운동을 통해 당세를 넓혀 나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역대 어느 집권당 보다도 자금력이 훨씬 뒤떨어져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치자금을 모으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진데다 기업들의 사정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역대 집권당 후보들이 지지도에서 수치상의 차이는 있었지만 부동의
1위를 유지했었는데 반해 이회창 총재는 3위에 머물고 있는 것도 자금부족의
한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한국당 지도부는 6일 이대표 주재로 고위대책회의를 열어 당비모금 운동을
시작한뒤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경우 국민모금운동으로 확산시키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회의에서 모금운동 발제는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이 했다.

김위원장은 이총재의 지역별 필승결의대회 참석 자제를 주문하면서 당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이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다른 당직자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김의원은 "이총재가 지역별 필승결의대회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깨끗한
정치를 하려는 의지를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위해 현재의 어려운 재정상태를
솔직히 알리는 것이 국민지지를 받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당비모금운동
전개를 제안했던 것.

이에 따라 참석자들은 "깨끗한 정치구현을 위해 당에 돈이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고위대책회의 참석자부터 당비를 갹출하자"고 결의했다고
이사철 대변인이 전했다.

이대변인은 "이총재가 지정기탁금의 폐지를 스스로 주장하며 깨끗한 선거를
통한 정치혁신을 이루자고 강조한 바 있으며, 당도 그동안 깨끗한 정치풍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비장한 각오로 당의 대선자금을 마련하고
깨끗하게 사용함으로써 정치혁신을 이루기로 다짐했다"고 밝혔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