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조순-통추 일부세력을 묶는 "반DJP연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총재와 조총재, 민주당의 실세인 이기택 전 총재가
이미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당대당 통합에 합의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양보하는 대신 조총재는 통합당의 총재를
맡고 이전총재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오는등 통합신당
지도체제의 구체적인 그림도 떠돌고 있다.

또 이총재는 YS가 만든 신한국당의 당명 변경을 위한 실무검토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당 통합은 지지율 하락으로 거의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는 이총재,
명예로운 퇴진을 찾고 있는 조총재,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이전총재
모두의 이해에 합치된다는 점에서 거의 "정설"로 굳어가고 있다.

그러나 양당합당이 수면위로 부상한 이날 신한국당과 민주당, 통추의
표정은 상당히 대조적이었고 지분문제 등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신한국당은 국민신당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설로 신당의 "바람"이 잦아들고
있는데다 이총재가 명실상부한 "반DJP연대"의 대표주자로 부상, 조만간 2위
탈환은 물론 막판 대역전승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모처럼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50대 50의 지분분배에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한동 대표 김윤환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 등 차기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중진들이 이를 양해할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총재측 주류 일각에서는 당내 사정을 감안, 여의치 않을 경우 조총재만
영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조총재와 현역의원 등 상층부는 적극적인데 반해 원외지구당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당료파들은 합당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지역의 원외지구당 위원장은 7일 긴급 모임을 갖고 비민주적
절차를 문제삼을 태세여서 합당을 둘러싼 내분이 예상되고 있다.

당지도부는 이러한 당내 반발을 역으로 이용해 합당의 대가로 50대 50의
지분분배를 요구, 통합신당에서 자파의 세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재가 "연대는 동등한 자격과 똑같은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고 민주당의 "실세"인 이전총재의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국민신당 이인제 전지사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양분
됐던 통추는 급속히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원기 노무현 전의원 등은 국민회의 입당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등 입장
변화가 거의 없지만 이전지사 지지세력은 신한국당 이총재에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이부영 민주당 부총재, 이총재를 지지하고 나선 제정구
의원으로 양분돼 있다.

따라서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성사될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회의
신한국당 국민신당으로의 개별적인 합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