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국민신당 지원설"이 대선 가도에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의 두 아들 병역면제 시비와 정치력문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내각제 개헌추진과 고령,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에
대한 김대통령의 막후지원과 그에 따른 중립성 문제 등이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주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급락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김대통령과의 차별화 차원에서 신한국당내
에서 불거진 김대통령의 탈당문제는 이제 국민신당 창당을 계기로 김대중
총재의 국민회의까지 김대통령의 탈당 요구에 가세한 상황으로 비화됐다.

그만큼 이인제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인제후보는 이제 지지율 1위인 김대중총재나 3위인 이회창총재 양측의
1차 공격 대상이 된 셈이다.

대구를 방문중인 신한국당 이총재는 5일 청와대의 신당지원설에 강력히
대처할 뜻을 시사했다.

이총재는 김대통령의 이인제후보 지원설을 확대함으로써 자신만이 3김시대를
청산할수 있는 후보라는 식으로 유권자에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는 금명간 김대통령의 탈당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총재측의 한 당직자는 "신당을 창당하려면 최소한 70억~8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텐데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의심스럽다"며 청와대측의 자금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청와대측의 국민신당 지원 의혹을 제기하며 김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과 국민신당 입당을 촉구하는 등 이인제후보에 대한 융단폭격을
계속했다.

국민회의측은 김대통령이 이인제 후보를 돕고 있다는 증거로 김대통령이
민주당 조순 총재와의 회동서 국민신당 합류를 종용했다는 점을 들었다.

김대중 총재는 이날 "지금 김대통령의 대선 중립성에 상당히 의혹이 생겼다"
며 2, 3일 더 지켜본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회의가 김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을 촉구한 것은 김대통령과 이인제
후보를 한묶음으로 집중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민주당 조순 총재가 지지율이 근접하게 따라붙고 있는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보다는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와 연대해 이인제 후보에 대한 견제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국민신당측은 "청와대 배후지원설"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

김대통령의 신한국당 총재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범진의원은 "입당뒤
대표, 총재, 대선후보를 맡으며 승승장구한 사람이 누구냐"면서 "이제와서
인기가 떨어지니까 청와대 배후지원설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인제 후보도 4일 창당대회를 마친 뒤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해 경선에서 패배했고 출마 이후에도 망망대해에 일엽편주처럼 떠 있었다"
면서 "쫓기는 쪽의 초조함과 뒤떨어진 당의 불안이 엮어낸 공작에 불과하다"
고 의혹을 일축했다.

국민신당은 청와대 배후지원설이 이후보 부상에 따른 타당의 흠집내기로
규정하면서 각종 의혹제기에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이전투구식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직접적인 대응은 가급적 자제할 방침이다.

청와대 김용태 비서실장은 이날 "김대통령은 국민신당을 지원한 일이 없으며
그런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공식 부인했다.

김실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 "정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신당지원설
은 대선때면 으레 횡행하는 흑색선전이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정치권은
청와대 공격을 선거전략의 도구로 삼지 말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실장은 특히 신당창당 자금지원설에 대해 "임기중 기업인으로부터
단 한푼도 받지않은 김대통령이 무슨 돈이 있어 국민신당에 자금을 지원
하겠느냐"고 반박한뒤 "이는 황당무계한 음해이며, 김대통령은 아주 역정을
냈다"고 말했다.

김실장은 또 김대통령의 탈당여부를 묻는 질문에 "탈당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실장은 김대통령이 이회창 총재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느냐는 질문에
"김대통령은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여부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만 답변했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