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당이 출범한 4일 신한국당의 주류와 비주류측은 "관계정리"쪽으로
급속히 치닫는 모습이었다.

양측은 여전히 "반DJP연대"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고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과 행동으로 상대방 진영을 자극했다.

주류측의 이회창 총재는 이날 대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당사정에 김심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며 국민신당과 관련해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청와대가 일부 개입하고 있다는 추측과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신당창당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을 또 다시 제기했다.

이총재는 또 "이 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리는 사람들과
는 결코 같이 갈 수 없다"며 "3자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비주류측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주류측은 신당에 대한 비난공세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신당의 "바람"을 차단
하고 한편으로는 비주류측 인사들의 신당합류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어 이들의
당내 입지를 좁혀 놓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주류측은 그러나 무엇보다 김영삼 대통령의 "신당 배후지원설" 확산에 주력
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신당지원설이 증폭되고 결국 "국민신당=YS당"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돼 궁극적으로 이전지사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이총재의
2위 탈환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3일 국민회의측이 이전지사에 대한 "청와대 지원설"을 제기하자마자 이총재
가 연이틀 당분란의 "배후"로 김대통령을 지목하고 김윤환 공동선대위원장도
김광일 특보와의 회동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등 모처럼 국민회의와 "이인제
포위작전"에 적극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에 반해 비주류측은 핵심 민주계와 당내 초선의원들이 각각 "반DJP연대"와
"반내각제 투쟁"을 주장하며 이총재와 민정계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서청원 신상우 박관용 의원 등 당내 잔류파가 주도하는 국민연대측은 이회창
이인제 조순 후보에게 이달 중순까지 "3자연대" 참여를 촉구한뒤 불참인사에
대해서는 관계단절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문수 이재오 이우재 의원 등 개혁파 초선의원 24명은 지난 3일 "국민주권
을 빼앗는 양김 야합 내각제 음모 분쇄 투쟁위원회"를 결성, 초.재선의원을
대상으로 연대서명에 돌입한데 이어 이날에도 "내각제 반대투쟁을 위해
이총재가 마음을 비우라"며 이총재의 용퇴를 거듭 주장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