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국민신당의 이인제 전경기지사를 지원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의혹과 관련, 청와대는 곤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한국당 김윤환 선대위원장이 김광일 대통령정치특보와 지난 1일밤
만난 사실과 "김특보가 이회창 후보로는 대선승리가 어렵게 됐다며 이후보
에게 손을 떼라고 권유했다"는 내용을 전격 공개하자 불쾌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청와대에서 먼저 만나자고 그런 것도 아니고 김위원장의 요청에 의해
만났는데 이같은 사적인 만남조차 공개,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정치도의상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김위원장의 폭로가 나오자 일단 김특보와 김용태 비서실장,
조홍래 정무수석이 각각 김위원장을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김위원장이 언론에 밝힌 대화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펄쩍 뛰고
있다.

김특보는 4일 "만나기는 만났지만 김위원장의 생각은 어떤지, 당내 사정은
어떤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며 "내가 김위원장에게 이후보에게서
손을 떼라고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특보는 특히 "오히려 김위원장이 먼저 만나자고 했고, 김위원장은
김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내가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김위원장의 주장을 부인했다.

김실장도 "김위원장을 오래전에 만난 적은 있으나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수석은 "김위원장이 오랜만에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해서 만난 적은
있다"며 "친분이 있는 사람과 만나 세상사는 얘기를 주로 나눴을뿐 이총재
후보사퇴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수석은 "나는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잘
뒷받침하기에도 바쁜 사람"이라며 "신한국당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수석은 특히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3일 단일후보 수락연설에서 국민
신당을 "제2의 YS당"이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 "제2든, 제3이든 관심없다"며
"정치권에서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데 일일이 대꾸할 생각이 없다"며
더이상 논란확대를 경계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는 김대통령 의중과 상관없이 DJP연합에 정권을
넘겨줄 수는 없고 이전지사가 유일한 "대안"이지 않느냐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