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총재는 22일 검찰의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수사유보
결정에 강력 반발, 검찰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과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김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와 신한국당 비주류측,이총재를 중심으로 한 신한국당 주류측간에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권력투쟁"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대통령 탈당 요구"를 청와대측이 즉각 거부한데 이어 이한동
대표와 김윤환 박찬종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긴급회동을 갖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같은 여권수뇌부의 움직임에다 비주류측에서는 "후보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신한국당이 자칫 분당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유죄 선고케한 마당에 비자금수사에 성역이 여야가 따로
없다"며 김총재의 비자금과 자신의 경선자금은 물론 92년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또 정치자금법에 의거하지 않은 어떠한 자금도 수수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지정기탁금제도도 전면 폐지하겠고 밝혔다.

이총재는 이어 "김대통령께서 당적을 떠나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이번
대선을 역사상 가장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로 이끄는 것만이 김대통령에게
맡겨진 마지막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김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한편 비주류측은 개별접촉을 갖고 이총재의 후보사퇴를 요구한데 이어
금명간 각급 레벨의 대책모임을 잇따라 개최,대응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비주류측은 일단 이총재가 "용퇴"하거나 또는 탈당하도록 압박을 가하되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후보교체, 집단탈당
등의 방안을 놓고 의견수렴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