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 사건을 둘러싼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당운을 건 "폭로전"과 "방어전"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신한국당은 이날 김총재 비자금에 대한 폭로에도 불구, 오히려 이회창 총재
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있었지만 검찰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이를 만회할수 있다는 전략 때문인지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는 등
파상적인 공세를 펼쳤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신한국당의 폭로자료 유출에 대한
의혹을 제기, 이 시점에서의 검찰수사는 곧 정치공작의 도구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에 따라 이날 각 상임위에서 양당 의원들은 비자금을 둘러싼 고함과
설전을 벌이느라 정작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는 뒤로 제쳐둔 모습이었다.

이날 관심을 모은 대검찰청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에서는 예상대로
김총재의 비자금 조성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격돌이 이어졌다.

먼저 신한국당 송훈석 의원은 "김총재가 87년부터 97년 사이에 18개 금융
기관에 차남 홍업씨 등 친.인척 40명과 이수동 아태재단 행정실장 등 측근
인사 명의로 3백42계좌에 총 3백78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은닉했다"고 폭로
했다.

송의원은 이희호 여사의 경우, 농협 서신촌지점계좌(038-02-014383) 등
2개 계좌에 3억 6천만원, 김총재 장남 김홍일 의원은 한일은행 연희동지점
(162-018911-02001) 등 5개 계좌에 13억1천만원, 차남 홍업씨는 신한은행
서여의도지점(341-02-036877) 등 6개 계좌에 13억5천2백만원, 3남 홍걸씨는
제일은행 동교동지점(300-20-173195) 등 6개 계좌에 3억3천1백만원을 각각
예치한 자료를 제시했다.

신한국당 안상수 의원도 "김총재가 대기업으로 받은 돈중 구체적으로 드러난
금액만도 35억1천6백여만원이나 된다"며 일부 자금의 계좌번호및 친.인척들의
거래내역을 공개했다.

정형근 의원은 김총재 친.인척의 재산내역에 대한 의혹을 공개한데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당시 중간평가의 유보를 대가로 김총재가 박철언씨
로부터 2백억원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박상천 의원은 "금년 5월 한보사태 당시 92년 여야 대선
자금에 대한 수사를 가로막은 신한국당이 이제와서 DJ만 수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DJ 이미지 실추를 위한 책략"이라며 "김총재를 수사하려면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와 강삼재 총장의 실명제 위반부터 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맞섰다.

박의원은 또 정의원의 주장과 관련, "김총재와 박철언 부총재의 명예를
실추시킨 행위"라며 "증거를 대지 못한다면 박 부총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했다.

국민회의 조찬형 의원도 "여당이 폭로한 자료의 입수경위나 자료출처 등을
확인할수 없는 상태에서 그것을 어떻게 증거자료라고 할수 있느냐"며 "검찰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의혹을 해명차원에서 수사한다면 검찰중립성
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선관위에 대한 내무위국감에서 신한국당 이국헌 의원은 "비자금 사건으로
인한 더 이상의 사회적 혼란과 국민적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엄정하고도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선관위의
조사착수를 촉구했다.

반면 국민회의 김옥두 의원은 "신한국당의 비자금 날조는 사전선거운동이며
날조행위에 안기부 은감원 증감원 등이 가담했다"며 선관위가 이회창 총재를
비롯 관련자들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로 검찰에 고발조치할
것을 주장했다.

통일외무위에서도 신한국당 의원들은 "김총재가 운영하고있는 아태재단은
후원금 모금을 통해 변칙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있다는 의혹에서부터
대선 사조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여러 의혹이 있는 만큼 위법사실이 있을
경우 법인등록을 취소하라"며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 정회를 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한편 김대중 총재는 이날 신한국당이 친.인척 계좌내용을 폭로한 것과
관련, "친.인척 계좌에 내가 돈을 맡긴 것은 한 건도 없으며 지금 은행에
있는 내 계좌에는 모두 1억~2억원밖에 없다"며 신한국당의 주장을 부인했다.

박철언 부총재도 정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은
신한국당이 대선을 앞두고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려는 최후의 단말마적
발악을 하고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즉각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신한국당은 17일 법무부에 대한 감사에서도 비자금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회의는 15일 재경위의 증권감독원에 대한 감사에서
신한국당 폭로자료 유출경위를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어서 양측의 대립은
계속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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