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부정비자금" 폭로에도 불구, 국민여론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비자금정국 조성과정의 방법상 문제를 놓고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표시가 잇따라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국당은 13일 오전 근2시간 가까이 대책회의를 가진뒤 짤막히 회의결과를
발표했다.

DJ부정비자금 의혹이 검찰수사를 통해 객관적 진실이 규명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었다.

이사철 대변인은 "지도부에 대한 성토 등 이견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여러가지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만 말했을뿐 신한국당이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대변인은 <>지도부인책 <>이총재불가론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12일
저녁의 "8인 중진모임" 논의내용에 대해서는 "일부 특정 사항만 보도됐다"고
말해 간접 시인했다.

여권핵심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현재 신한국당 분위기에 대해 "강.온파간
대립이 표면화되면서 이번주를 고비로 후보교체론이 본격 제기될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이번에 후보교체론이 공론화될 경우 지난번 비주류측이 후보교체론을 거론
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게 당안팎의 대체적 시각
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당총재로서 중재조정자로 나섰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의
경우 중재자가 없는 상황이라 이총재와 반 이총재 진영간 첨예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과정에서 이총재가 직계세력 부재로 공중에 뜰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총재의 핵심 후원자였던 김윤환 고문과 강재섭 전비서실장 등이 "9.30
전당대회" 이후 근 보름동안 이총재의 지지도가 정체상태에 있자 일제히
한발짝 물러서 사태추이 관망에 들어갔다.

이를두고 당내에서는 이제 주류는 없어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한동 대표도 "유사시" 자신이 "대안"이 될수 있음을 은근히 기대하면서
독자기반을 공고히 구축해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찬종 이수성 고문은 비자금정국이 전개되면서 "이회창 이후"를 내심
노리고 있고 "3인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덕룡 의원도
이총재의 대응방식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선을 불과 두달남짓 남겨놓은 현시점에서조차 공식 선거대책기구를
발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거나 복수 최고위원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봐야한다.

이에 대해 당관계자들은 "이제 이총재 불가론은 주류-비주류간 논쟁차원을
넘어 여권 생존차원의 자구노력 일환으로 설득력을 더해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DJ비자금 카드로 이총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으나 여의치 않은 만큼 대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때 12일 8인 중진모임의 의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모임은 "고용사장" 교체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주주회의" 성격이
짙으며 주주들의 대반란이 시작된 것으로 볼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15일께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서석재 의원이 이를
유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볼수
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