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론이
신한국당의 폭로전에 비판적인데 무척 고무된 듯 차별화전략을 통해 비자금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총재의 이날 회견은 크게 이회창 총재및 신한국당 김영삼 대통령, 경제인,
지지자 등 네 방향에 각각 핀트를 맞추고 있다.

김총재는 우선 신한국당을 "저질폭로극을 벌인 여당" "저를 음해하기 위해서
수많은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제물로 삼은 여당" "경제를 희생양으로 하면서
까지 대선승리를 꾀하는 여당"으로, 자신을 "신한국당의 무책임한 폭로로
인한 피해당사자"로 각각 규정하면서 신한국당의 국민에 대한 반성을 촉구
했다.

또 신한국당이 제살을 깎아먹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만큼 김총재는 자력에
의한 대선승리를 위해 민심안정 경제안정 정쟁지양과 정책경쟁 등 차별화전략
을 구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총재는 비자금정국 해법으로 "선 국회국정조사, 후 검찰수사" 방안과 함께
김대통령에게 단독면담을 제안했다.

만나서 <>비자금정국 해결 <>경제살리기 <>개혁입법을 통한 공명선거 실현
<>나라의 장래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면담제의는 김대통령에 대한 의구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총재는 "김대통령과 강삼재 사무총장이 사전교감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심증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
한다"고 말해 김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김총재는 단독면담을 통해 이총재에 대한 책임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인들에 대해 김총재는 "철저한 보호"를 약속했다.

김총재가 정치자금 제공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시한은 성명초안의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 날까지"에서 "끝까지"로 수정.발표됐다.

지지자들에 대해 김총재는 "냉정한 자세"를 호소하며 "지나친 흥분이나
분노의 표출은 바로 여당이 원하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열성지지자들이 감정을 드러낼 경우 여권의 자작테러나 지역감정이 촉발돼
지지세 확산시도가 무위로 끝날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같은 김총재의 입장표명은 국민회의측이 당분간 맞불대응을 자제하며
사태의 국지화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를 위해 폭로과정의 불법성과 허구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대한투자신탁에 평민당계좌내역 등을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국민회의가 이날 사실확인작업에 착수키로 한 것이나 김총재가
"평민당계좌에는 3억원이 아니라 5억원이 입금됐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추후
진상공개를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회의는 이와함께 정치권공세를 차단하면서 표밭갈이는 더욱 강화한다는
기조아래 <>정치개혁입법을 통해 공정한 선거룰을 확보하고 <>여당의 비자금
검찰수사공세에 맞서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를 고수하며 <>정책발표회 민생
현장방문 등을 통한 지지기반 확대를 도모하는 등 비자금파문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신한국당이 14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등 확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여러
사태흐름에 대처할수 있도록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