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할 것이 있으면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얼마든지 해보라"

"경제계 관련당사자가 모두 신한국당 폭로전을 지지하지 않고 부인했다"

국민회의는 김대중 총재 비자금설 파문 4일째인 10일 신한국당의 공세가
주춤해지고 여론도 불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데 안도한듯 자신감을
회복, 폭로직후의 격앙된 태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바뀌었다.

국민회의의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신한국당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물증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체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이 3번에 걸쳐 폭로전을 폈지만 내용자체가 부실해 국민회의의
"허구와 거짓"이라는 반격에 대한 반격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조세형 총재권한 대행은 이날 당사에서 "6백70억원이라는 숫자는
입금기준에다 절반이상은 스스로도 제보내용이라고만 밝힌 것이어서 날조된
것이며 6억3천여만원에 대해선 신한국당이 입금시켰다고 주장한 이태진
전 청와대 경호실경리과장도 부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단일화협상 상대인 자민련의 측면지원도 국민회의에게 큰 힘이 된
듯하다.

김종필 총재는 9일 이례적으로 전화를 걸어 폭로전에 시달리는 김대중
총재를 위로하고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깨끗하게 매듭이 돼서 우리가 공동
으로 하는 것이 차질없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공조및 후보단일화 의지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자민련은 초기 유보적인 관망자세에서 벗어나 폭로자료 입수의 불법성에
초점을 맞춰 국민회의와 함께 신한국당을 공격하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보관하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파일을 공개할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국민회의 지원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국민회의의 공격목표는 한층 분명해졌다.

국민회의는 이날 이번 파문의 주역으로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을 지목하며
"이총재 책임론"을 폈다.

각종 정보와 제보를 바탕으로 이총재와 강삼재 사무총장이 청와대 등
정부측이 작성했다가 신빙성문제로 폐기한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김대통령과 정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로서는 김대통령과 청와대및 기관의 조직적 개입인지, 아니면
정부내 이총재 인맥이 가동된 것인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로 현재로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김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았을 경우 앞으로 신한국당과 김대통령
측간의 내분이 심화되며 이총재가 자멸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회의가 자민련과 함께 김총재를 비롯 김대통령 이총재 등의 정치자금
전반을 국정조사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억지"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회의는 경제 및 사회전반에 미치는 악영향과 재계의 반발 등도 신한국당
의 폭로전이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분석, 이 점을 부각시키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국민회의는 여당의 공세목표가 ''판을 깨는 것'' 일수 있다고 보고 최악의
사태진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날 여당의 기업명단 공개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뿐"이라는 김총재 발언은 이런 면에서 주목할만하다는 지적이다.

<허귀식.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