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아직 초반에 불과하지만 의원들의 감사활동이
과거의 폭로성 "한건주의"에서 벗어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정립되어
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일부 상임위에서는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각종 정책관련
아이디어가 속출하는가 하면 평소 쉽게 쏟아내기 어려운 경제회생과 관련한
"건의"를 하기도 한다.

재경위에서 자민련의 이상만의원은 지난 2일 관세청에 대한 감사에서
우리나라도 미국의 슈퍼 301조와 같은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도 이제 다자간협정인 WTO(세계무역기구) 규약을 무시하고 양자간
통상압력을 가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법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의원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미국이 자국산 자동차의 한국내 판매가
부진한 점을 이유로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한데 따른 다소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공세적 통상정책을 펼때가 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의원들이 공감을 표했다.

이의원은 또 미국은 자국에서 마약으로 규정된 담배를 한미간 양허록
형태로 수입관세율을 0(영)으로 적용받아 국내에서 덤핑 판매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담배양허록를 파기해야 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 덤핑관세는 부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명박의원은 재경원 감사에서 두 전직대통령의 뇌물수수와 관련됐던
대기업 총수들이 전부 사면된것은 매우 잘 된 일이라며 정부가 기업인의
기업의지를 북돋우는데 한층 더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과거의 일로 기업활동을 하는데 이런 저런 제약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에 대해서도 악덕기업인들을 제외하고는 조속한 사면조치가
있도록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의원은 또 담배인삼공사와 한국통신공사등을 주식회사로 변경해서 민간이
경영한다는 것은 아주 획기적인 일인데도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는것 같다며
11월말까지로 돼있는 전문경영인 공모를 서둘러 줄 것을 당부했다.

이의원은 기존의 경영진보다 능력있는 국내외 전문경영인을 그것도 정권
이양기에 뽑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재경원이 확고한 원칙과 절차로 민영화
작업을 원만히 마무리 지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민회의 정세균의원은 지난 1일 재경원 감사에서 "대형 도산사태 예방 및
처리에 대한 제도적 해결 방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정의원은 기업이 경영부실과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하고자
할때 정부는 기존의 퇴출장벽을 완화해 기업의 매수합병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원은 이와관련,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이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M&A 시장에서 원활한 제3자인수를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부실기업인수를 위한 M&A의 경우 주식소유일로부터 일정기간 동안
출자총액제한의 예외를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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