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대선공약으로 15대 국회임기중 내각제개헌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각제 개헌문제가 김영삼대통령의 거듭된 "임기중 개헌불가" 천명에도
불구, 여권핵심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현재 여권이 처해있는 총체적
위기감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김대통령의 속뜻과는 다소 다르더라도 보수대연합으로의 국면전환
없이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게 여권의 전반적인 상황인식이기 때문
이다.

즉 내각제는 권력분점을 매개로 자민련 김종필총재 및 박태준의원 등과의
연대를 실현,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 대선에서의 막판역전을 이루겠다는
이대표측의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내각제검토 이면에는 이회창대표의 정치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윤환
고문 등 민정계 인사들이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느때보다
실현의지가 강한 편이다.

그러나 내각제개헌의 명분이 약하다는데 여권의 고민이 있다.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론조사결과 국민회의 김대중총재
이인제 전경기지사에 이어 3위에 처져 있는 이대표가 내각제 개헌을 표방할
경우 "세 불리기"에 집착한 당리당략적인 행동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또 3김 청산과 개혁이라는 이대표의 이미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다
자칫 세대교체를 주창하고 있는 이전지사가 이대표를 청산돼야 할 "수구
세력"으로 공격할 빌미를 제공할수도 있어 여권은 이래저래 고민스러운
모습이다.

여권은 이에따라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며 내각제 개헌이 "1인
통치"의 폐단과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이대표의 "대통합의 정치"
연장선상에서 검토되고 있는 조치라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의 측근들이 내각제 개헌문제와 관련, "국내외적 시대환경이 변해
국가발전에 보다 도움이 되는 제도가 있다면 개선방안을 생각해 볼수 있다"
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권이 또 하나 넘어야 할 장애물은 지지율 하락으로 정권을 넘겨줄 위기에
처한 신한국당이 과연 내각제를 매개로 각 정파를 결집시킬수 있느냐 하는
정치권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야당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정당보다는 보다 집권가능성이 높은 정당쪽으로
세가 결집되는 것이 정치권의 속성인데다 내각제가 본격 거론될 경우
이대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신한국당내 비주류가 집당탈당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한국당의 내각제 검토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간 후보 단일화협상을 지연시키려는 "고단수
전략"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김종필 총재가 김대중 총재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함으로써 "DJP 연합"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이대표의 대중적 지지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김태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