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국민회의가 5일 창당 2주년을 맞는다.

국민회의는 이날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초청한 가운데 수권정당으로서의 위상을 천명하고 자민련과의 연대및
타정파와의 관계개선을 통한 대선 필승을 다짐하는 기념행사를 갖는다.

국민회의는 지난 92년 김영삼 후보에게 패퇴, 한때 정계를 떠났던 김대중
총재가 95년 지방자치단체선거 승리에 고무돼 7월18일 정계복귀를 선언한뒤
이기택 총재의 민주당과 분당해 만든 "급조" 정당으로 출발했다.

국민회의는 이 때문에 창당 직후부터 지금까지 통합야당을 깼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등 숱한 시련을 겪었다.

특히 <>김총재의 정계은퇴 발언 번복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과
관련한 "20억원+알파설" <>권노갑 의원의 한보사건 연루 <>당 고문을 지낸
오익제씨의 월북과 이석현 의원의 "남조선명함" 파문은 국민회의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이다.

김총재도 지난해 4.11총선에서 전국구 14번의 배수진을 치고 내각제 개헌
저지선인 1백석 확보에 주력했음에도 불구, 79석을 얻는데 그쳐 당 내외
로부터 "분당" 때문이라는 비난과 함께 "DJ 퇴진론"의 역풍에 시달려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는 15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념적 좌표가 다른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손잡고 양당공조체제를 구축했다.

김총재는 자민련과의 야권공조를 발전시켜 대선승리를 위한 "DJP
(김대중-김종필)" 단일화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대의원들을 설득,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서 "대권 4수"를 향한 마지막 티켓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김총재와 국민회의의 집권가능성은 각종 여론조사
에서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국당 전당대회 직후까지 국민회의는 김총재가 "패배주의 청산"을 거론할
정도로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신한국당 후보인 이회창 대표에 대해 두 아들의 병역문제를 제기하고
TV토론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김총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4.8~34.2%(4자
대결시)의 지지율을 기록, 1위를 달리기 시작했고 이달들어서는 "대세론"을
언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당지지도에서도 국민회의는 최근들어 창당이후 처음으로 여당을 앞서고
있다.

지지세 확산을 바탕으로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의 실정으로 인한 정권교체
열망 <>TV토론에 의한 후보검증절차 도입 <>지역대결구도의 약화 <>심각한
경제난 <>여권의 분열 등을 대선필승요인으로 꼽으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집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이달말까지 자민련과 대선후보 단일화에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회의는 자민련과의 단일화를 통해 대세론 굳히기에 나설 계획이지만
협상타결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또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민회의는 여전히 비호남권, 특히 영남권의
지지기반을 넓혀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충청 강원 영남에서도 과거에 비해 월등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고 <>여성들의 지지율이 남성지지율에 육박하고 있으며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고소득층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은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김총재와 국민회의의 집권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여당을 비롯한
타정파의 뒤집기시도는 한층 집요하고 강력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5일 현재 대선까지 남은 1백4일은 추격전에 나서는 다른 정파와 후보보다는
정상을 지켜야 하는 국민회의측에 훨씬 길고 초조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