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측은 지난달 31일 밤 느닷없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추석전 사면"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결정했다.

이대표 진영은 곧바로 언론계 출신 측근 의원들을 통해 각 언론사의
친분있는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 통보"했다.

"특종이니까 당신 신문에서 안쓰면 다른 신문에 넘기겠다"는 "반협박"과
함께.

뿐만 아니라 사면건의는 김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하기
까지 했다.

전날 밤 연락을 받지 못한 당출입기자들이 1일 "특정언론 편향"이라는
문제를 제기하자 이대표의 한 측근은 "밤 사이에 새나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변명했다.

또 당대변인이라는 공식기구가 있음에도 보안상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비선조직"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변인실에서는 "당 공식기구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무시하고
몇몇 주변인사들이 끼리끼리 결정하고 발표하는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대표는 자신이 3김과는 다른 새로운 인물임을 내세우면서 "새정치"를
구현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이대표가 말하는 새정치란 "밀실야합 정치"를 배격하고 좀 더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 졌었다.

그렇다면 지난 31일밤 참모회의에서 결정했더라도 다음날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고 발표의 방법도 자신의 기자간담회나 대변인을
통했어야 옳았다는 생각이다.

나름의 정략적 판단을 깔고 "전격 작전"을 연출한 심정은 이해되지만
정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과 과정의 투명성이 중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바로세우기"에 대한 이대표의 인식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를 덮어두고
서라도 "병역수렁"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근시안적인 정략적 접근이 또 한번의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손상우 <정치부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