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경기지사에 이어 민주계 중진의원들이 "대통령후보 교체론"을 잇달아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신한국당내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표교체론을 둘러싸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회창 대표측의
주류와 민주계로 대변되는 비주류간의 앙금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탈당과
신당 창당이라는 여권 초유의 분당사태도 배제할수 없어 신한국당내
각 정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류측은 "경선 결과에 절대 승복을 약속한 사람이 이를 뒤집는 구태를
답습한다면 국민앞에 새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후보교체론에 제동을
걸었다.

한편으로는 이같은 주류와 비주류간 대립이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이지사측과의 극적 화해를 위한 개별면담을 추진하는 등
비주류에 대한 압박과 회유를 병행하고 있다.

주류측은 그러나 이지사와 민주계가 종래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비주류측의 이탈이 있더라도 자민련 민주당 통추 등 각 정파와의 보수연대를
통해 세를 불려 국면을 전환할 방침이어서 최악의 경우 당이 쪼개지는
상황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31일 베이징 방문후 "당의 어려움과 위기의 본질을 외면하지 말고
극복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후보교체론을 제기했던 이인제 지사측은
민주계의 "지원사격"으로 일단 발걸음에 무게가 실린 상태이다.

이에 따라 이지사는 추석연휴를 즈음해 "베이징 구상"에서 밝힌 "후보교체"
가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독자출마의 경우에도 당내 현안의 공개적 논의를 거부하는 주류측이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써 경선불복이라는 비난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수
있어 운신의 폭은 상당히 넓어진 셈이다.

따라서 이지사는 당분간 이대표의 지지율 추이 등 정국상황을 관망하는
동시에 박찬종 이수성 고문 등 경선탈락자들과의 연대를 추진, 독자출마를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계는 일단 "이지사의 발언에 수긍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고 적극
동조하고 나섰지만 계파간 이해관계로 내부적으로는 아직 "교통정리"에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

서석재 서청원 김찬우 의원 등 민주계 의원들은 1일 모임을 갖고 이지사를
적극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나 반드시 이지사를 "대안"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 이같은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계는 그러나 "이회창 대표카드"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이상 후보교체 공론화라는 당내투쟁을 일단 거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계는 당내투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집당 탈당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후보교체 공론화"가 신한국당 대선구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