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오익제씨 월북이후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용공음해"의 배후로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를 지목하는 등 색깔론에 대한 정면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민회의는 29일 김대중 총재를 공산주의자로 묘사하고 있는 "김대중 X파일"
이란 제목의 책자 7만여권이 여권의 자금지원아래 발간, 배포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국민회의는 또 신한국당이 지난 28일 이회창 대표 주재로 열린 당직자회의
에서 이 책자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을 뿐만 아니라 당직자들을
동원, 책자를 여의도 주변에 조직적으로 유포한 혐의가 있다며 강력 대응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회의는 이와함께 법원에 책자의 배포 및 판매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고 저자인 손충무씨에 대해서는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국민회의는 또 오익제씨 월북과 관련, <>평통자문위 위촉경위와 신원조회
여부및 관련서류 공개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상신경위 <>화랑무공훈장
수여여부 확인및 공훈내용 등의 제출을 정부에 요구하는 등 역공을 본격화
했다.

국민회의의 이같은 움직임은 "용공음해"를 방치할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가 심해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반영하면서 색깔론을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면돌파론은 책자와 관련한 이날 간부간담회 논의과정에서도 다수의견으로
굳어져 공식화됐다.

정동영 대변인은 "법적인 대응이 오히려 책을 광고해주는 부작용이 있고
원치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제는 해묵은 용공음해
조작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강력히 대처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회의의 정공법은 색깔공방을 확대함으로써 신한국당
이대표의 이미지를 "음모" "공작" "마타도어" 등과 일체화해 간다는 전략도
담고 있다.

한마디로 "법대로"를 표방해온 이대표가 "해묵은" 네거티브전략을 구사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것을 확실히 해두겠다는 것이다.

정대변인도 "신한국당이 이대표 두 아들의 병역기피의혹에 따른 지지율
급락대책과 야당에 대한 흠집내기 공세의 일환으로 당조직을 통해서 조직적
으로 책자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물론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신한국당 이대표가 오씨 월북과 이석현 의원의
해외용명함파문 등 국민회의측의 악재를 바탕으로 지지도를 다소 회복하면
낙마위기를 면할수 있고 김총재는 이로써 대선을 자신이 원하는 "전반 4자
후반 3자" 대결구도로 끌고 갈수 있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역대 선거철마다 용공음해에 시달려온 국민회의로서는 한두번의
색깔공세로 김총재에 대한 지지도가 흔들리지 않겠지만 여권이 소재와
방법을 바꿔가며 대선 직전까지 색깔공세를 퍼붓고 여기에 서툴게 대응할
경우에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총재가 종전과 달리 초반부터 격렬한 색깔공방을 적극 유도함으로써
그 위력을 약화시키는 소모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도 선거 중.종반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