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 월북사건을 수사중인 국가안전기획부는 28일
오씨가 지난 93년 이후 북한의 치밀한 공작에 의해 포섭돼 간첩활동을
해오다 월북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재 그의 간첩혐의 규명과 국내 연루자
등 배후세력 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안기부는 또 북한이 황장엽씨 망명사건으로 실추된 김정일 정권의 위신을
회복하고 체제 내부결속에 이용할 목적으로 오씨를 8.15 범민족대회 시기에
맞춰 입북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기부는 이날 오씨 월북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북한은 86년
월북한 최덕신(89년 사망)의 처 유미영(76)이 오씨와 잘 알고 있는 점을
이용, 해외교민 상대 공작기구인 통일전선부 산하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
위원장으로 임명해 당시 천도교 교령이던 오씨와 접촉케 하는 등 장기간에
걸친 계획 아래 오씨를 유인 입북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안기부에 따르면 지난 93년 10월 유미영은 중국 북경에서 오씨와 만날 당시
대동했던 사위를 통해 북한에 살고있는 오씨의 생모와 본처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당신의 본처가 개가하지 않고 노모를 모시고 딸을 키우고 있다"며
입북을 유인했다.

오씨는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소재 부동산을 2억3천5백만원에 급히 매각하고
지난달 2일 부터 출국 직전까지 8천5백만원을 인출, 월북자금을 조성하는등
2개월여 전부터 입북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를 미국에서 중국까지 안내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전금관광여행사 대표
김충자(55)는 "오씨를 이번 월북 사건으로 처음 만났다"는 주장과 달리
지난 93년10월 오씨와 유미영과의 접촉을 주선했으며 오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빛이 바랜 그와 남편 김운하(59)의 명함이 발견되는 등 북한
공작원으로서의 활동사실이 드러났다고 안기부는 밝혔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