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망명절차를 밟고 있는 북한의 장승길 이집트 주재대사는 오랫동안
미중앙정보국(CIA)의 요원으로 활동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8일 폭로
했다.

포스트지는 "지난 94년 이래 이집트 대사를 역임해오다 내달 북한으로
귀임할 예정이던 장대사 일행의 망명과정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면서 미국정부 소식통들을 인용,이같이 보도했다.

포스트지는 "미정부 관리들은 장대사가 지난 주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고 지적했으나 일부 관리들은 장대사가 오랫동안 CIA에 의해 고용돼 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정부의 한 관리는 "장대사 일행의 망명시점은 주로 형 장승호씨가
근무중이던 파리 대표부의 동료들에 의심받지 않으면서 최종적으로 빠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의해 결정됐다"고 말했다고 포스트지는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우리는 그들과 한동안 대화를 계속해 왔다"면서
"이는 장대사가 형과 함께 탈출하기 위한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장대사는 형을 대사관으로 부터 빠져나오게 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포스트지의 이같은 보도는 잠적한지 4일만에 미국무부가 미국에 도착한
사실을 공식 발표할 정도로 단기간내에 이뤄진 장대사 일행의 망명이 CIA의
주도아래 오랫동안 계획돼 왔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와관련, 장대사가 미 CIA 요원으로 활동한 것이 사실
이라면 북한의 미사일 수출활동 등에 대한 정보가 상당부분 이미 미국
정보당국의 수중에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