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대통령후보인 김대중 총재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총재도 역대선거에서 패배를 가져다준 부정선거 색깔론 지역감정 등이
이번 선거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평적 정권교체"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평소 정책대결을 강조해온 김총재를 여의도당사 총재실에서 만나
경제현안에 대한 입장과 경제정책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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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형수 < 정치부장 > ]


-요즘 관심사는 뭐니뭐니 해도 기아사태인 듯한데.

특별한 해결책이 있다고 보십니까.

"기아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방만한 경영입니다.

오너가 없어 견제가 없었던 측면도 있습니다만 전문경영인제는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기아는 살리는 것이 좋습니다.

협력업체문제도 있는만큼 방치할 수 없지요.

물론 원칙은 시장경제원리입니다.

건전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업체는 발전시키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도퇴시켜야 합니다.

다만 그런 목표를 갖되 관치경제 관치금융 온상경제에서 한꺼번에
벗어날 수 없으므로 과도기적인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는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환자를 수술해야 하는데 너무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의 경우 건강회복의
중간조치를 취하면서 서서히 수술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경제정책이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급격한 충격을 주게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 법입니다"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등의 인수를 추진한다면 용인하시겠습니다"

"인수합병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자동차산업에 있어서는 삼성그룹이
과잉중복투자의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기업간의 인수 및 합병 문제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에서
간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한보철강의 제3자 매각에 대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지원도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한보에 들어간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국가가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미 세계 철강산업의 경기예측상 구조조정의 문제가
대두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과 이러한 부실기업을 선뜻 떠안을 기업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제3자 매각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 (WTO) 협정에
저촉되지 않는 최소한도의 선에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적대적 기업인수합병 (M&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의 인수 및 합병은 산업구조조정 측면에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 경제여건 아래에서 우호적 M&A는 바람직하지만 적대적
M&A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에 만족하십니까.

불만이라면 어떤점이 보완해야 한다고 봅십니까.

또 선진기업이 되기 위해 우리기업들이 서둘러야 할 내부개혁과제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요.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은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세계 1천대 기업에 포함된 우리나라의 기업은 겨우 19개에 그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거래가 없어져야
합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계열기업들의 독립경영체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때까지는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의무화해서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합니다.

둘째는 차입위주의 경영으로 기업재무구조가 열악한데 부채비율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금융비용이 너무 높고 금리변동에 따라 기업이 결정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째는 기술개발 투자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이제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승부해야 할 때입니다.

그외에 생산제품의 질과 마케팅력을 높여야 합니다"


-국내 기업가들중 존경할 만한 기업가가 있다면 누구이고 그의 어떤 점이
장점이라고 보십니까.

"개인적으로는 벤처기업인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보여주고 있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그것을 향한 열정,
기술개발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 등은 21세기 한국 발전을 위한 큰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대그룹의 "기획조정실"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칙적으로 말해 사기업의 기획조정실 폐지문제를 정부가 거론하고
나온다는 것 자체가 개입주의의 전형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업들의 기획조정실 운영과 관련하여 불법적인 요소는 교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평가와 가장 시급히 추가 완화되어야 할
부분은.

"제도.법규 등 유형의 규제만 축소되었지 편법.뒷거래 등 무형의 규제는
더욱 심해졌다고 하는 것이 국민들의 평가입니다.

또한 규제완화 대상 선정에 있어서도 성역을 정해놓고 추진함으로써
건수나 절차중심의 행정편의적인 "규제완화"만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시급히 완화되어야 할 규제는 벤처기업과 첨단산업이 입지를 쉽게
확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벤처기업에 대해 외국인의 투자를 허용하고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사업자 단체의 각종 부담금 협회비 수수료 등
공과금 형태의 준조세를 최대한 줄여주는 부분입니다"


-김영삼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에 대한 평가와 대안은.

"김영삼 정부가 중소기업정책에 대하여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추진했지만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선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켜야 합니다.

또 중소기업의 자금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리자유화를
통해 기간별 위험도별 대출규모별 금리를 차등화하여 자금을 공급토록
해야 합니다.

또한 현금결제 원칙이 정착되기 전까지 진성어음의 할인을 위한
어음할인특별기금 설치 유보이윤과 감가상각적립금에 대한 세금우대
중소기업경영안정지원특별기금 설치 기술담보제도 및 기술보험제도 추진
부분보증제도 및 어음보험제도 산업은행의 중소기업 전담은행으로의 기능
전환 등이 필요합니다.

또한 중소기업의 제품개발과 고성능 설계등에 필요한 기술혁신을 위해
기술개발자금과 기술개발인력부족문제에 대한 정부의 지원으로 기술자문
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죠.

이와 함께 무공 (KOTRA)을 중소기업 국제화 전담기구로 육성하고
중소기업 전용 해외투자자금제도를 신설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수출 분석을
통한 수출전선의 다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특별히 2백만개에 달하는 종업원 30인미만 영세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도시주변에 소자본으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소기업단지를 조성하여
소기업 행정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소기업전문방송채널을 개설해야 합니다"


-경제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요.

이와 관련 정부 또는 청와대 비서실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중요한 정책결정이 상층부 일부에 의하여 독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의 경제부처는 대만형 경제위원회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청와대비서실은 각 부처장관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역할 등을
축소하고 대통령 보좌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러 부처로 흩어진 통상기능을 통합할 의사가 있는지요.

"대외통상 관련 기능을 일원화하여 일관성 있는 통상정책으로 국제경제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현재의 수세적 분산 별도조정형 체제를 공격적 통상전담형
으로 전환하여 통상마찰에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통상전담형인 미국무역대표부 (USTR)에 상응하는
"한국무역대표부" (KTR ; Korea Trade Representatives)와 같은 조직이나
영국이나 호주에서 채택하고 있는 외교 통상형 체제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재정경제원의 통합은 잘되었다고 보십니까.

원상 회복시키거나 기능을 재편할 의사는 없습니까.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통합은 정부의 규제강화만 초래했습니다.

현재 재경원에서 금융 조세 경제정책기획 예산 등 모든 기능을 다 갖고
있는데 세계에도 유래가 없는 일입니다.

기능별로 축소하거나 재조정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공기업 민영화에 찬성하십니까.

민영화 대상기업의 규모가 커서 대기업의 인수가 불가피할 경우에도
민영화를 추진하겠습니까.

"공기업의 민영화는 새로운 상황에 걸맞는 정부의 역할과 위상을
위해서나 재정의 효율성 모두를 감안할 때 당연한 일입니다.

공기업 민영화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이유는
민영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기준과 합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향후 공기업 민영화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결하기 쉬운 문제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되 추진방법은 다양화해야 합니다.

규모가 큰 공기업은 분할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부의 중앙은행제도 개편방안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 정부가 제출한 중앙은행제도 개편 방안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은행 총재 임명시 국회의 동의절차와 금통위 업무의 국회보고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점은 정부에서 추진중인 금융개혁안이 금융감독권의
문제을 주로 다루고 있는 반면 실수요자인 금융기관과 금융기관이용자를
위한 금융개혁안은 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금개위가 마련한 1,2차안의 첫단계인 금융소비자를 위한 각종
규제와 보호를 철폐하고 금융산업을 개편한 후 중앙은행 제도와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하는 등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는 관치금융극복과 책임경영제 확립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선 금융기관 내부경영에 대한 정부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주총에서 선임된 전문경영인이 임기중 자기 책임하에 경영하고 그 평가는
주총에서 받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인사문제에 정부의 개입을 배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상임 고위
경영인의 선임요건을 강화해야 합니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지배에서 대해서는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기에 반대합니다.

주인찾아주기가 대기업 오너쉽을 두자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내 금리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은 있습니까.

"선진국보다 높은 부채비율을 갖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자기자본
충실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총수요 관리를 강화하고 국내 저축률을 높이기 위하여 물가를 낮추고
통화량과 정부 예산의 증가를 억제하여 자금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주가수준은 적정하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남발로 불안정합니다.

실제 기업의 내재가치가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합주가지수는 1천5백포인트 정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나진.선봉지역을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하고 개발을 추진중이라고
합니다.

나진.선봉지대에 대한 정책은 무엇입니까.

"남북경제교류 및 협력은 정경분리의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대북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동북아 물류전진기지의 확보차원에서
임가공.위탁가공으로부터 점차 전용공단 등 집중진출형태로 발전시켜나가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파트 분양가를 자유화해야 하는지, 한다면 언제 하는 것이 좋습니까.

"지역별 규모별로 자유화 시행은 좋다고 보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전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시기가 이르다고 봅니다.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에나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신도시 개발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필요하다면 그동안의 신도시와는 다른 개발방향을 설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지요.

"정부주도의 신도시 개발은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도시계획 기능과 정부의 지원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확장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자동차 1천만대 시대가 됐습니다.

현행 자동차관련 세제에 손질을 가한다면.

"자동차 사용에 비례하는 세금구조로 변경되어야 합니다.

현재 자동차보유 자체에 부과되고 있는 자동차세를 폐지해야 합니다.

휘발유에 부과되고 있는 교통세를 강화하여 자동차 사용을 자율적으로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재계 일부에서는 김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데.

"경제를 모르는 김대통령 밑에서 너무 고생해 내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것 아닙니까.

대기업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했는데 대기업들이 지금 바로
그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에게 불공정거래를 하는 것을 빼고는 자유를 주겠습니니다.

내 경제정책은 대기업에는 자유를 주고 중소기업은 적극 육성하고
가정경제는 보호한다는 입니다.

국제적인 인맥을 활용해 내가 앞장서 세일즈맨이 되겠습니다.

경제도 지도자의 철학 정책 전략이 중요합니다"

< 정리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