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정착의 염원아래 추진된 경수로 착공식이 19일 오후 2시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 경수로 부지에서 열려 역사적인 첫 삽질이 시작됐다.

착공식은 심한 가뭄을 겪었던 신포지구에 모처럼 가랑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히 적신 가운데 진행됐다.

<>.착공식에 참석할 KEDO 대표단과 취재진 등을 태운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나라호(3천8백t급)는 19일 오전 7시10분께 신포 앞바다에 있는
도선안내지점에 도착, 선미부분에 게양된 태극기를 하강.

이날 국기 하강은 KEDO와 북한간 합의에 따른 것.

<>.한나라호는 오전 9시30분께 양화항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10시20분께
양화항에 접안.

부근의 산들은 온통 안개에 쌓여 있었으며 양화항 부두에는 근무를 서고
있는 군인 1명과 KEDO 대표단을 마중나온 KEDO, 한전 및 시공회사 관계자
10여명과 북한 세관원들 외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적한
모습.

<>.착공식 단상에는 한글과 영문이 병기된 플래카드가 내걸려 주목을
끌었다.

플래카드에는 "KEDO 원전부지 공사 착공"이란 글씨와 함께 "KEDO LWR
PROJECT GROUND BREAKING FOR THE SITE PREPARATION "이란 글씨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단상 오른쪽에는 이번 경수로 공사의 주계약자인 한국전력이 한글과 영문
(KECPO)으로 적혀 있었고 한국전력 로고가 아울러 표기돼 눈길.

<>.행사는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후 2시 정각에 시작.

남북한대표단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KEDO 회원국 대표들도 우여곡절
끝에 맺은 결실인지라 감회에 젖은 듯 다소 엄숙하고 상기된 표정들.

이종훈 한전사장은 "이곳에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준높은 원자력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라며 "이 사업을 계기로 남북경제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열망한다"고 소감을 피력.

<>.착공식은 각국 대표들의 연설에 이어 진행된 기념발파식에 이르러
분위기가 절정.

보스워스 총장을 비롯한 KEDO총장단 3명과 집행이사 3명, 이종훈사장과
북한측 대표 3명 등 총 10명이 연단옆에 준비된 발파대에서 동시에 발파
스위치를 누르자 원자로가 들어설 어인봉 정상에서는 폭발음과 함께 오색의
화약 연기가 솟아올랐다.

뒤이어 30여발의 축포가 울려퍼지자 착공식에 참석했던 2백여명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치며 박수.

<>.KEDO총장단 등 착공식에 참석했던 50여명은 공식행사가 끝나자 경수로가
들어설 신포 금호지구 어인봉 일대를 둘러보는 등 공사현장을 순시.

박영철 한전 금호원전건설본부장은 진흙땅을 헤치고 전망대에 오른 행사
관계자들에게 공사개요와 경수로 1,2호기가 들어설 위치 등에 대해 설명.

이어 KEDO대표단은 경수로기술자들의 숙소인 신포 강상리 "게스트하우스"
에서 기자회견을 가진후 북한대표들을 초청, 기념리셉션을 열었다.

< 신포(북한)=경수로공동취재단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