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고문을 지낸 오익제 전 천도교교령의 월북사건이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회의는 오씨의 월북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당과는 무관하다며 조기
진화에 나선 반면 이회창대표 아들의 병역문제로 수세에 몰려있던 신한국당
은 국면전환의 호기를 맞았다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신한국당 이사철대변인은 16일 "오씨의 북한망명은 그가 우리 종교계의
지도자일뿐 아니라 국민회의 창당발기인으로 지난 95년부터 당종교특위위원장
과 고문을 맡았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대변인은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 근년들어 발생한 일련의 북한 커넥션
사건이 모두 김총재 측근 내지 주변에서 일어난데 대해 분명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장성민 부대변인은 16일 "오씨가 지난해 4.11 총선때 전국구의원
자리를 원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하자 낙담, 그 이후 당에 거의 나오지 않는
등 당과 인연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측은 또 오씨가 그동안 정부로부터 무공훈장을 받고 대통령자문기구
인 평통의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는등 여권인물이었던 점을 강조하는 한편
오씨를 즉각 제명조치키로 했다.

한편 북한 중앙통신은 오씨가 월북, 지난 15일 열차편으로 평양에 도착
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오씨는 이날 평양 도착 직후 성명을 발표, "당국자들의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정책에 환멸을 느끼고 몇해전부터 이북으로 오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이번에 결행하게 됐다"고 자진 월북임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오씨는 평남 성천 출신으로 올해 68세이며 지난 50년 6.25 당시에는 국방부
문관을 역임했고 89년부터 94년까지 5년여간 천도교 교령을 지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