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경수로사업이 19일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에서 한.미.일 3국
관계자와 시공업체 대표, 보도진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부지
준비공사 착공식을 계기로 다시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경수로사업은 북한의 핵개발의혹과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
(IAEA) 탈퇴선언을 계기로 우여곡절끝에 지난 95년 12월 북.미 제네바협정이
체결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경수로사업은 우리가 비록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떠안았지만 경수로 2기가
"한국형 경수로"이고 한전이 주계약자로 참여하는 등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남북관계개선에 예상치 못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전력난 해소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남북간 전력교류를 위한 발판을 마련,통일을 대비한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사업준비를 위해 대규모 인원과 물자가 북한에 들어감으로써 남북간 인적.
물적 교류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부지조사단 등 경수로관계자들이 수차례 방북했고 지난달 28일
신포에 개설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소에는 분단이후 처음으로
한국외교관 2명이 상주하고 있다.

주계약자인 한전도 신포 현장사무소를 개설했다.

지난 4일에는 신포현장과 한국을 연결하는 직통전화가 개설됐고 우편교류
업무도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됐으며 경수로사업 물자운송을 위한
남북간 해로가 개설됐다.

오는 2004년까지 계속될 1천MW 경수로 2기 건설에는 연인원 1천만명이
참여하게 되며 공사가 본격화되면 하루 최대 7천명까지 공사에 참여할 전망
이다.

지난 89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남북간 인적교류가 2천1백81명인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숫자다.

특히 경수로사업에는 북한의 노동력과 물자도 상당부분 참여하게 돼 경수로
사업을 매개로 신포현장은 자연스럽게 남북교류의 무대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물적 교류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경수로건설을 위해 북한에 운반될 건설중장비 기자재 등 총물동량이 1백만t
에 달해 남북간 수송분야 교류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부지준비공사착공 후에도 넘어야할 산은 많다.

한.미.일 3국은 5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이는 공사비용분담 문제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으며 KEDO와 북한은 품질보장, 핵사고시 처리,
사용후 연료처리 등 7개의 의정서를 추가로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경수로사업은 분단이후 가장 큰 남북
경제협력사업으로 기록되는 것은 물론 남북한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우리측 장선섭 경수로기획단장을 비롯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대표단은 18일 저녁 7시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인 "한나라호"를
타고 동해항을 출발, 19일 오전 신포 인근 양화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착공식에 필요한 사전준비 및 북한측과의 실무협상을 위해
선발대 28명이 16일 중국 베이징(북경)을 경유, 항공기편으로 입북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