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조순 서울시장을 대통령후보로 추대할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조시장이 민주당의 후보추대를 받아들일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이날 "조시장과 이기택 전총재가 지난 8일밤 시내
음식점에서 2시간동안 만나 조시장의 민주당 입당과 차기 대통령후보추대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이 전총재는 조시장의 출마결심을 촉구했으며
조시장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국민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는
말로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11일 오전 총재단회의를 열어 조시장의 대통령후보추대
를 결의할 예정이며 조시장은 전당대회일인 오는 28일께 민주당에 입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시장이 민주당과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해
민주당후보로 나설 경우 연말 대선은 상당히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
이다.

당장 후보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역설해온 야권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될 것이 분명하다.

국민회의측은 조시장의 출마가 자민련과의 후보 단일화협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물론 지난 87년 대선때와 마찬가지로 야당후보가
3명이나 나오는 상황이 재연될 수 도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회의는 한광옥부총재 김상현 등이 잇따라 조시장을 면담, 출마의사를
포기토록 외압을 가하는 등 적극적인 사전봉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당내 일각에선 김대중총재와 조시장의 단독대좌를 통한 문제해결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반면 신한국당은 조시장의 출마로 인한 파급효과를 신중히 저울질하면서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시장이 이회창대표와 이미지가 비슷하고 전통적 여권
우세지역인 강원출신이기 때문에 표를 잠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세웠을 때보다는 훨씬 더 수월한 게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민련도 조시장이 출마할 경우 야권 후보단일화보다는 박태준씨와
신한국당 이한동고문 등 구여권인사 등과 보수대연합을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여야 3당 대선후보간의 대결구도로 진행되던 대선정국은 조시장
출마가 "변수"가 아닌 "상수"로 가닥을 잡아감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
할 것으로 관측된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