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5일 단행한 개각은 연말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다.

따라서 이번 개각을 통해 새로 구성된 내각은 대선관리내각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김대통령은 이와함께 국정운영의 일관성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경제가 어렵고 남북관계 등 안보문제가 최대의 국정현안이 돼있는 상황
에서 경제와 외교팀을 거의 그대로 유임시킨 것은 임기말까지 국정운영의
허점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김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교체설이 나돌던 고건총리를 유임시킨 것도 국정운영의 일관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여준 청와대대변인은 이와관련, "이번 개각은 경제, 외교 등 국정현안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12월 대선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김대통령
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고총리와 강경식 경제부총리, 권오기 통일부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국정
과제를 일관성있게 추진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연말대선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는 이번
개각에서 신한국당 당적을 보유한 각료중 강부총리를 제외한 7명 전원을
교체한데서 읽을 수 있다.

농림, 환경, 보건복지, 해양수산, 총무처, 정무1,2장관 등의 경질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강부총리의 경우도 신한국당을 탈당, 당적을 버릴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
새로 짜여진 내각에서 신한국당 당적을 가진 장관은 한명도 없게 된다.

또 선거관련부처인 내무와 법무장관을 교체한 것도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한 선택이었다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선거관리를 주로 담당하게 될 내무부와 법무부의 수장을 교체한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으로 공정선거관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각에서는 또 예상을 뒤엎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에서 2명이 입각,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청와대고위관계자들은 수석참모들은 김대통령과 함께 임기말까지
국정을 챙기기로 했다고 강조, 청와대주변에서는 입각대상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이러한 수석비서관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임기가
끝나기 전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던 일부수석들에게 기회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윤여준 청와대공보수석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윤수석은 그동안 개각이 있을 때마다 여러차례 입각물망에 올랐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입각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와는 거의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정선거관리내각을 구성하는 마당에 당대표와 협의를 하는 것은 내각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는 개각에 관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개각내용을 서둘러 5일하오 발표한 것은 될 수 있으면 조기에 개각을
바라는 이대표측의 희망사항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경북출신 3명 경남 2명 충남 2명 전남 2명을
각각 발탁, 지역안배도 고려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