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낙선한뒤 잠행해오던 김덕룡 의원이 재기의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김의원은 30일 경선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현 정국과 관련한
의미있는 언급을 했다.

그는 이날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바른정치모임(회장 안상수) 초청 간담회에
참석, 이회창 대표의 과제와 일부 경선탈락자들의 일탈조짐 등에 대해 집중적
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김의원은 이수성 이한동 고문진영의 "이상기류"에 대해 "당의 승리를 위해
소리를 떠나 대도를 걸어야할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당원들과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성숙한 상황에서 그들이 당을 떨치고 나갈
경우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이대표에 대해서는 "승자로서 포용력을 갖추고 울타리를 넓혀 나가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법대로"의 이미지에서 탈피, 정치
지도자로서 자기헌신과 희생 등 "+알파"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현재는 단합을 위한 시간"이라며 "이대표 주변에서 자리다툼 등 여러
불미스런 얘기들이 흘러나와 줄서지 않은 사람들에게 동참할수 없도록 하는
분위기를 자초해서는 안될것"이라고 훈수했다.

김의원은 특히 경선탈락자중 가장 먼저 이대표에게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나는 경선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결과에 승복한다는 생각을 일관되게
가져왔다"며 "당의 단합과 결속을 위해 필요하다면 이대표를 도울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김의원이 자신의 지지세력및 민주계를 바탕으로 비주류 수장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진정한 당의 단합과 결속을 위해서는 지연과 학연을 떠난 인재등용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 있다.

이와관련, 김의원은 "21세기 새정치를 위해 성별 출신지에 관계없이 정치적
감각과 실무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는 가칭 "21세기 준비위원회"를
당내에 설치해야 한다"고 구체적 처방까지 제안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김의원을 비롯 김문수 김재천 박시균 서한샘 안상수
오양순 이신범 이우재 임진출 조웅규 홍문종 의원 등 12명이 참석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