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금품제공설 등 악재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여당 일부주자의 탈당가능성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 작성에 착수했다.

국민회의는 여당 경선에 관해 언급을 자제해온 김대중총재가 최근 이례적
으로 공개발언을 통해 여당 경선 전망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김총재는 지난 16일 당소속 초선의원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신한국당이
과연 무사히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치르더라도 결과에 승복, 단결이
가능할지 불확실한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총재는 그러나 "여당 사정이 복잡하지만 전당대회를 무사히 치르고
모두 단결, 선거에 임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여당 분열을 상정해 대선준비를 소홀히 하지 말자는 내부단속에 비중
을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총재는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여당 경선이
끝내 파행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총재가 밝힌 "만일의 사태"에 대해 당직자들은 <>이수성고문이나
이인제경기지사의 승리 <>전당대회의 연기와 이회창고문의 탈당 <>이고문의
대세론 관철에 반발한 박찬종고문 등의 탈당가능성이라고 풀이했다.

이와관련, 국민회의는 금품제공설을 주장한 박찬종고문의 행동이 독자적인
것이냐, 김심과의 교감속에서 나온 것이냐 그리고 무엇보다 박고문의 최종
선택이 무엇이냐에 분석작업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박고문이 검찰수사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선결과에
불복하는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전당대회전에 탈당 내지 후보를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직자들은 이수성 이한동고문과 자민련 김종필총재간 제휴 가능성에
대해선 "전당대회 이전에 결행하지 않으면 세가 미약해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회의는 대체로 탈당변수가 가시화할 경우 자민련 김총재가 후보단일화
에도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높아 87년 대선과 같은 4자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민련은 충청권에 연고를 둔 이회창고문과 이인제경기지사가 대선후보가
되는 경우를 최악의 상황으로 상정하고 있다.

반면 이수성 이한동고문 등 권력분산론자들이 당선될 경우에는 이들과
김대중총재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게 자민련의 분석이다.

그러나 자민련은 여당속성상 경선이후 분열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
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자민련은 "중대결의"론을 제기한 이수성고문이나 이한동고문이 후보가
돼 내각제개헌을 기정사실화하거나 최소한 이들이 자민련과 연대를 모색할
수 있을 정도로 반내각제 대통령후보진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치세력
으로 건재해 주시길 희망하고 있다.

<허귀식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