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거액 금품살포설을 놓고 이회창
박찬종고문이 김영삼대통령의 당차원 조사지시에도 불구, 장외에서 거친
공방을 벌이고 있어 두 경선후보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금명간 금품살포설의 진위가 어느 정도 밝혀질 것으로 보여 양진영
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한쪽이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회창고문을 지지하는 개혁실천모임 소속 원내외 위원장 67명은 1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성명을 발표, 박고문측의 금품살포설을 흑색선전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당지도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에서 "박찬종후보가 당을 믿을수 없기 때문에 금품살포의
근거자료를 당에 제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믿지도 못할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고자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꼬았다.

이들은 또 "박후보의 행위는 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당지도부와 당원 모두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양식마저 저버린채
특정후보를 상대로 야당이나 할 수 있는 흑색선전을 자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의 권위를 훼손하고 해당행위를 자행한 박후보는 스스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후보를 사퇴하거나 공개사과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박고문퇴측은 김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데 대해 이고문측이 증거가 없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박고문측은 "대통령에게 과열 혼탁양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
전반에 대해 보고하면서 수사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수사가 진행될 경우
법적으로 유효한 증거가 될만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하는데도 이고문측이 음해라고 되받아치고 있는
것이 박고문을 결정적으로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측근은 특히 "뿐만아니라 청와대의 일부 참모들이 서신을 볼수야 있었다
치더라도 대통령에게 보낸 사신 내용을 입에 담으면서 심지어 ''기가 차다''는
등의 극언을 서슴치 않은 것은 고위공직자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며 극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김대통령이 당대표서리에게 지시하기도 전에 이회창고문측에 서신내용
을 그대로 알려준 것은 임기말이라 해도 너무 심했다"며 분개했다.

그는 "이고문이나 이고문측에 기운 인사들의 이같은 무분별한 행동이 결국
은 스스로 낭패를 자초하는 일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고문측은 이제 검찰에 자료를 제출하는 방안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이만섭대표서리를 만나 강제구인등도 안되고 증거보전도 안될
당선관위에는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고문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금명간 제3의 기관을 통해 진상을 규명
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검찰에 자료를 넘기는 문제를 검토중임을 시사했다.

일부측근은 증인 에게는 타격이긴 하겠지만 언론에 공개하거나 후보경선
서울합동연설회에서 밝히는 방안도 검토할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고문이 증언해 줄만한 증인 또는 녹취 테이프등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
하고 있는 지는 현재로선 분명하지 않다.

박고문이 검찰등에 자료를 내놓지 못할 경우 그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장 난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박고문의 주장이 확실하다면 이회창고문으로서는 경선후보를 사퇴
해야 하는 중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신한국당 안팎에서는 그러나 이번 파문이 의외로 쉽게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판세상 대통령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이고문이 당의 화합 쪽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박고문으로서도 계속 쟁점화시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결코 득이 되지
못함을 알고 있다.

박고문으로서도 이만섭대표서리가 이날 모든 경선후보들에게 줄서기등과
관련해 자중해줄 것을 요청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낸 이상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다.

특히 이회창고문이 이날 당차원의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대국적
견지에서 당을 생각하고 경선이 잘 마무리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은
음미해 볼 대목이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