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살포설"로 빚어진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전의 난기류는 당의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닥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진상규명없이 전당대회가 치러질 경우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선두를 달리는 이회창 고문이 이번 사태로 대선후보에서 탈락하는 경우나
의혹에 대한 규명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고문이 승리하든 그 어느 경우 할것
없이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부 후보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신한국당의 대선후보들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겉으로는 너 나 할것없이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파문에 따라 상대적으로 득을 보게될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는
일부 후보는 그러나 내심으로는 전당대회 때까지 파문이 지속되길 기대하는
듯한 눈치다.

여러 사정을 감안할때 당수뇌부로서는 가장 빠른 기간안에 진상을 규명,
전당대회 개최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련 자료도 없는데다 조사에 한계가 있어 단기간에 진상을 규명
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당지도부가 진상규명을 위해 전당대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인데다 일단 당차원이든 검찰에 의해서든
조사가 진행되면 또다른 의혹이 제기되는 등 혼란을 증폭시킬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 경선판세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일부후보는
전당대회 연기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당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지 못할 경우 당이 분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인사들이 많다.

이같은 여러 상황을 감안, 박관용 사무총장 등 고위당직자들은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공은 당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이회창 고문측의 금품살포설을 제기한 박찬종 고문은 당의 요청에 따라
15일 당사를 방문했으나 당의 공식기구를 신뢰할수 없다며 16일중 김대통령
에게 자료를 제출, 결단을 촉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청와대측 고위관계자가 지난 14일 박고문과의 전화접촉 등을
통해 박고문의 금품살포 주장 경위와 내용 등을 파악, 이를 김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선중립"을 표방해온 김대통령으로서는 아주 어려운 판단을 해야하는
입장에 처했다.

자칫하다간 또다른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당안팎에서는 김대통령이 불과 몇일 남겨놓은 전당대회전까지 금품수수
여부와 관련된 진상을 파악하고 나름의 결단을 내릴 시간적 여유가 과연
있을까에 회의적이다.

청와대측은 그러나 김대통령이 16일 이만섭 대표서리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속전속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듯 하다.

김대통령의 선택과 관련, 진상규명은 진상규명대로 진행하되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오는 21일 치르도록 하지 않겠느냐는게 현재로서는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박고문측이 제시하는 자료의 신빙성이 높을 때 의외의
"강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전당대회 연기나 검찰수사 지시등의 결단이 내려질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으로 갈 경우 신한국당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은 전혀 새로운
상황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태로 가게 된다.

어쨋든 박고문이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금품수수가 정치권의 과거
"관례" 수준인지 또는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만한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나
신한국당의 이번 경선과정을 통해 고비용 정치구조의 한 단면이 국민적
심판대에 선 셈이다.

의혹규명 과정의 투명성확보 여부는 연말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파문은 어떤 형태로든 신한국당내 대의원들의 정서를 자극,
경선판세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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