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는 10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남한동포들에게 전쟁의 위험성을 알려주지 않고 오늘의 엄중한 상태를
보고만 있는 것은 자기 새명의 모체인 민족을 배반하는 범죄가 된다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 남행을 결의했다"고 망명동기를 밝혔다.

황씨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요약한다.

북한 통지차들은 노동자.농민의 나라를 건설하여 놓았다고 떠벌리리고
있지만 지금 노동자.농민은 기아와 빈궁속에서 초보적인 생존의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으며 금수강산으로 이름높던 산과 물도 생기를 잃고 황폐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자들은 저들의 비인간적인 통치의 추악한 정체를 가리우기
위하여 쇄국정책을 고집하고 있으며 뒤흔들리고 있는 수령의 개인독재체제를
구원해보려고 헐벗고 굶주린 주민들을 계속 전쟁준비와 수령의 신격화를
위한 건설고역에 내몰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4월20일 도착성명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북한의 무력남침
위험성을 알리고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에 왔습니다.

북측은 말로는 평화통일을 떠들지만 전쟁에 의해 남을 말살하려는
방법으로 철두철미한 무력통일을 추구하고 있으며 40여년동안 전쟁준비에만
열중하여 왔습니다.

북측의 전쟁준비는 상상을 초월하며 북한 사회는 전쟁분위기로 일색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현실에 실망하고 남한에 기대를 걸고 있던 우리는 남한동포들에게
전쟁의 위험성을 알려주지 않고 오늘의 엄중한 상태를 보고만 있는 것은
자기 생명의 모체인 민족을 배반하는 범죄로 된다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
모든 것을 버리고 남행을 결의하여 나섰던 것입니다.

다가오는 전쟁을 막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며 우리 민족의 안전과
휘황한 미래를 확고히 지키기 위해 모두 다 단결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절감하게 됩니다.

저는 봉건적 군사독재하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동포를 해방하기 위하여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목숨바쳐 싸우려는 동지들과 함께 와신상담하며
불굴의 투지를 가지고 남한형제들의 지지성원 밑에 전쟁을 막고 민주주의에
기초한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데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나갈 것을
국민여러분들 앞에 다시금 맹세하는 바입니다.

1997년 7월 10일 황장엽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