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이 26일오후(한국시간 27일오전) 클린턴 대통령과 가진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회담의 성격, 27일오전("28일새벽) 세디요 대통령과 가진
한.멕시코 정상회담은 경제정상회담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북한정세를 비롯한 안보문제를 집중 논의,
한.미 공조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반면 한.멕시코 정상회담
에서는 아.태지역의 중견국가로서 양국간 실질적인 경제협력증진방안을
주로 논의했다.

한.미, 한.멕시코 정상회담은 현지시간으로 보면 상당히 무리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다.

26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한.미정상회담이 클린턴 대통령의 친척사망으로
오후 늦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고 이에따라 김대통령은 27일 새벽에 멕시코에
도착, 오전에 정상회담을 해야 했다.

외교관례상 정상이 일몰후에 입국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회담이 오후 늦게 열리는 바람에 외교적 결례를 범하게 된 것이다.

북한 및 한반도정세와 관련, 한.미양국 정상들이 만나 의견을 조율해야 할
안보현안이 많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시간상 어렵더라도 회담을 갖자는데
양국이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주로 <>북한정세평가 <>북한 식량문제 <>대북공조체제
방향 등이 논의됐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간 대북공조체제가 긴밀히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만족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빈틈없는 공조체제를 유지키로 합의했다.

또 북한식량문제와 관련,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인 지원을 양국이 계속
유지해 나가기로 하는 한편 장기적인 해결책은 4자회담의 테두리내에서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조치의 일환으로 논의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청와대관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클린턴 대통령이 유엔 환경특별
총회에 참석한 정상중 유일하게 김대통령을 만나 이뤄진 것"이라며 "클린턴
대통령이 유엔총회기간중 개별정상을 만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김대통령을 만난 것은 그만큼 한.미 공조체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멕시코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세디요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이후
7개월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한국의 대멕시코투자가 97년 현재 10억달러를 초과하고 있는
입장에서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멕시코정부의 제도적인
지원과 협조를 구하는데 회담의 초점을 맞췄다.

김대통령은 한국 컬러TV의 우회덤핑조사에 대해 멕시코측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으며 한국자동차의 멕시코 시장진출을 위해 완성차 수입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다.

김대통령은 또 NAFTA발효로 마킬라도라에서 사용되는 원.부자재에 대한
무관세수입이 2001년 페지되는 것과 관련, 이에대한 보완을 요청하는 한편
서울~멕시코시티간 항공노선(LA경유)의 개설을 촉구했다.

청와대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이번 멕시코방문은 지난 96년9월 중남미순방을
계기로 추진된 대중남미 실질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중남미지역이 2005년 미주자유무역지대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신흥경제권에 대한 참여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외국 국가원수가 멕시코를 방문할 경우 보통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관례이나 세디요 대통령은 대통령관저에서 열었다.

이같은 경우는 칼를로스 스페인국왕, 클린턴 미대통령에 이은 세번째로
최고의 국빈예우라는게 청와대관계자의 설명이다.

< 멕시코시티=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