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표의 사퇴문제를 놓고 신한국당이 엄청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에 열린 당무회의는 이같은 당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대표를 지지
하는 측과 사퇴를 촉구하는 인사들간에 격렬한 "편갈이" 논쟁이 전개됐다.

맨먼저 발언에 나선 친이대표계의 박세직 의원은 정치발전협의회의 최근
움직임을 비난하고 나섰다.

박의원은 특히 "정발협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분파행동
이며 해당행위"라고 주장하고 "당헌 당규에 규제조항이 없으면 규정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해체토록 하자"고 공격했다.

또 "황낙주 전 국회의장이 이대표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을 매도, 명예를
훼손한데 대해 진상을 조사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훈 의원은 "박의원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포문을 연뒤
"대표직을 고수하면서 주자로 뛰기 때문에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를 덮어놓고 아전인수식으로 한쪽을 매도하는 것은 있을수 없다"고 반격
했다.

서의원은 "이대표는 취임전 후보경선에 나설 사람이 대표직을 겸임해서는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용단을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당무회의 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지자 신경식 정무장관은 "우리 모두가 연말
대선에서 우리당 후보의 승리를 바라고 있고 누구보다도 총재가 제일 바라고
있다"면서 대표 경질문제를 당 총재에게 일임하자고 제안했다.

신장관은 "당 총재가 공정경선과 본선승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대표를 당장 경질할수도 있고 1주일이나 6개월쯤 더 재임토록 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박관용 사무총장은 "오늘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데 대해 총장으로서
송구스럽고 걱정스럽다"고 운을 뗀뒤 "앞으로 각 주자진영은 문제가 되는
사례가 있으면 돌출행동을 하기에 앞서 경선관리위에 제소하도록 하고
당 울타리를 벗어나는 발언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대표는 "좋은 의견에 감사한다.

화합속에 전당대회를 잘 치러 연말대선에 승리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