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20일 전남 광주에서 열린 광주대
(이사장.국민회의 김인곤 의원) 본관 준공및 법인 창립 27주년 기념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지난달 27일 대선자금문제를 둘러싼 대여투쟁의 일환으로 양당 총재회담을
가진 이후 20여일만이다.

당시는 "대선자금 규명"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DJP" 연합이 순조로운 시기
였다.

그러나 이날은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자민련 김총재의 여권주자들과의 연쇄접촉으로 인해 "DJP" 연합이
난기류에 휩싸인 데다 전날 열린 자민련 대구시지부대회에서 김총재가 대선
자금을 언급하면서 "국민회의 김총재도 상당한 자금을 썼을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두 김총재는 함께하는 동안 시종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화도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이날 두 김총재는 서울발 기내에서 나란히 앉아 자연스럽게 5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또 기념식이 열리기 직전, 측근들의 건의로 이사장실에서 단독 요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특히 국민회의 김총재는 한광옥 김봉호 의원 등이 자민련 김총재와 따로
만날 것을 권유하자 "기내에서 다 얘기 했는데 뭘..."이라며 고사하다가
"자민련 김총재에게 물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회의 김총재는 단독회동이 끝난후 "자민련이 24일 전당대회가 끝나면
그쪽에서도 기구(단일화 추진기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반드시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민련 김총재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어 열린 기념식에서 국민회의 김총재는 치사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여야의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국민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민련과 국민회의가 하나가 되어 단일후보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국민이 후보단일화를 바라고 있는 만큼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자민련 김총재와 후보단일화를 반드시 성사시키기로 합의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자민련 김총재는 정치적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한채 김인곤 의원
과의 개인적 인연과 그의 교육열에 대한 치하로 간단히 축사를 마쳤다.

두 김총재의 측근들은 "두 분이 그 동안 만날 기회가 없어 조그만 오해가
있을수 있으나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두 김총재의 만남은 최근 "후보단일화"에 대한 양당간의
"냉기류"를 충분히 짐작할수 있게 했다.

<광주=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