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홍구 고문이 18일 경선주자중 처음으로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이고문의 출마 포기는 그 시기가 언제쯤이고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가 관심사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도하차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렇더라도 이고문이 비록 당내 지지기반은 취약하지만 비전과 정책대안
제시만은 여권내에서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켜 온터라 그의 선택은 상징적
의미가 적지않다.

사실 그는 경선참여를 선언할때만 하더라도 상당한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당내 경선주자중 누구도 대세를 장악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민주계와
민정계가 세력다툼을 벌이는 형국이라 "무색무취"한 그로서는 반사이익을
얻을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고문이 당대표 시절부터 집단지도체제나 권력분산론을 줄기차게 설파해온
것도 이런 상황논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그가 "명퇴"를 선택한데는 자신의 승부수격인 권력분산론이 전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권력분산이 다른 후보들에 의해 합종연횡의 수단으로 훼절된데 대해 심한
회의를 느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선국면이 21세기를 대비한 제도개선과 정책대결 양상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세몰이 대결로 치닫자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를 절감했다는
얘기다.

더욱이 최근 TV토론에서 비교적 선방했음에도 불구, 여론지지도가 계속
밑바닥을 맴돌고 일부 측근과 지인들로부터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경선에 참여하면 평생 쌓아올린 인격까지 훼손될 것"이라며 "무욕의
정치인답게 처신하라"는 고언이 잇따르자 사퇴결심을 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다른 경선주자들은 이고문의 중도하차에 대해 경선구도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현실정치의 냉엄함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이고문의 평소 언행에 비춰 그가 곧장 특정주자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회창 대표와 이수성 고문과 막역한 관계인 점을 감안할때 막판에
손을 들어줘야 할 상황이 올 경우 이들중 한사람을 밀어주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