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12일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하고 있는 여권이 임시국회 소집협상을
사보타지하고 있어 정치제도개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 이를 타개
하기 위해 대선자금공세를 한층 강화하는한편 경부고속철도 부실건설문제를
추가로 제기하는 등 확전을 꾀하기로 했다.

야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권이 내부적으로 다음달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통령후보에게 정치개혁 협상권을 일임한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고 여당
후보가 확정돼도 프리미엄을 잃지 않으려 할게 뻔해 이번 기회를 놓치면
"공정한 선거룰"을 확보할수 없을 것이라는 자체분석에 따른 것이다.

특히 국민회의는 국회가 열리면 이회창 대표진영은 대선자금문제로 곤경에
처할 것을, 반이대표진영은 대표 프리미엄을 문제삼기 어렵게 될 것을 각각
우려, 조기소집에 반대하고 있다며 그 어느때보다 "외부의 압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국민회의 남궁진 수석부총무 김경재 홍보위원과 자민련 구천서 수석부총무는
이날 오후 양당소속의원 1백24명의 명단을 첨부, 김영삼 대통령의 92년 대선
자금규모와 고비용정치구조 개혁의지 등에 관한 7개항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청와대 김용태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양당은 이 공개질의서에서 김대통령이 <>대선자금총액 <>한보자금규모
<>노태우 전 대통령자금 <>대선잔여금 인지여부 <>당선축하금규모 <>정치개혁
내용 <>정치개혁의지 등에 대해 밝힐 것을 요구했다.

특히 양당은 "김대통령이 직접 받지 않았더라도 김현철 홍인길 서석재씨 등
측근이 받은 대선자금이나 당선축하금은 결과적으로 김대통령이 받은 돈"
이라면서 공개를 거듭 촉구했다.

국민회의는 대선자금문제를 정치제도개혁으로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여당의 "돈정치"를 원외활동을 통해 폭로해 나가는 등 대여공세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가기로 했다.

국민회의 기획조정실은 내부문건을 통해 "임시국회 협상을 사보타지하고
있는 여권에 대한 강도높은 공세와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 야권의
향후 대응을 짐작케 했다.

국민회의는 오는 17일 총재단과 서울시 47개 지구당위원장 등이 직접 서울역
시청앞 등에서 신한국당과 대기업간 유착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특집당보를
배포할 예정이다.

야권은 이와함께 새로운 대여공세 "재료"를 발굴,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고속철도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민회의는 이날 부총재실에서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간부간담회를
열고 고속철도 부실건설 책임을 추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회의는 이를 위해 국회 실태조사특위의 보고서가 나오는대로 정부에
대해 책임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고속철도의 대전~부산구간 공사중단 등
대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지난 4년반동안 치밀한 조사단계를 생략하고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부친 부실책임자는 김대통령이다"면서 "외국의 경우라면 내각이 총사퇴
하고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