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회 후속협의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4자회담 추진이 다시
탄력을 얻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은 지난달 31일에 이어 4,5일 뉴욕에서 이틀째 3자 실무접촉
을 갖고 북한이 원칙적인 수락의사를 표명한 4자회담 예비회담의 개최문제를
집중 협의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외무부 당국자들은 "뉴욕 3자접촉에서도 "선식량지원보장, 후예비회담
참석"이라는 북측 주장과 "선4자회담 참석, 후식량지원 논의"라는 한미
양국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진전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국자들의 이런 설명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북한이 종전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식량문제에 대한 양측간 접점이 찾아질 경우
6,7월중 예비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4자회담 개최문제에 관해 종전보다
훨씬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면서 "현재 가장 큰 쟁점인 식량지원 문제만
타결된다면 6,7월중 예비회담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양국과 북한은 이에따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측 주장의 접점을
찾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한미 양국은 대북식량지원문제를 본회담석상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입장에서 일부 후퇴, 예비회담에서부터 이를 논의하는 대신
북한도 지원식량의 규모를 확정해달라는 주장을 철회하는 절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찰스 카트만 미 국무부동아태담당차관보대행의 예정된 방한도 미일 방위
협력지침 중간보고서에 대한 설명이 1차 목적이지만 그가 예비회담과
관련한 미국측 복안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당국자는 "4자회담 성사후 북한에 지원할 식량의 규모등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예비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이를 간접 시사했다.

한미 양국은 9일 서울에서 국장급 실무접촉을 갖고 4자회담 성사를 위한
양측의 입장을 최종 조율한뒤 내주말께 3자 뉴욕실무접촉을 가질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남북한과 미국이 식량지원문제에 대한 극적인 접점을 찾을
경우 이달중에 차관보급 접촉을 통해 예비회담 일시와 장소를 발표하고
내달중 예비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식량지원에 앞서 취해야할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조치의
개괄적인 내용을 이미 북한측에 통보하는등 4자회담 성사에 대비한 조치들
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설사 예비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본회담에 이르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는 북한이 4자회담 참석 대가로 회담 단계마다 대규모 식량지원을 요구
하며 지구전을 전개한다는 전략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분석에 기초
하고 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