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지후보 성향이 다른 당내의 지역적 계파적 모임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계를 축으로 하는 신한국당내 최대계보인 정치발전협의회는 3일 정식
출범하기에 앞서 당내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시월회 멤버 22명을 추가 가입
시킴으로써 당내 경선구도에 결정적 영향력을 확보할수 있게 됐다.

이에 대응키라도 한듯 킹메이커를 자임하고 있는 김윤환 고문을 중심으로
민정계 일부가 가칭 "신정치회"의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발협이나 신정치회의 움직임에 관심이 가는 것은 이들이 지지할 후보가
다를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내 분위기로는 어느 누구도 확고한 우위를 차지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가장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이회창 대표의 경우 대표로서의 프리미엄을
업고 범계파적인 세확산을 꾀하고 있으나 계파모임들이나 "대표직 고수" 등에
대한 반발로 대세 장악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내에서 가장 큰 모임인 정발협은 이수성 또는 박찬종 고문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여전히 반 이회창 분위기가 팽배하다.

과거 3당 합당때 다수파로 이대표가 기대를 걸었던 민정계도 이제 이한동
김윤환고문 쪽으로 양분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구성원들의 지역적 기반이나 정치적 이질성으로 인해 정발협이 독자후보를
내세울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발협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이수성 고문에게 우호적이지만 핵심부를 형성
하고 있는 상당수의 PK 출신들은 부산.경남뿐 아니라 대구.경북에서도 여론
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고문을 후보로 미는 것이 본선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발협은 결국 이고문과 박고문중 한사람을 후보로 밀거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소속인사들의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정발협이 단일후보를 옹립하지 못할 경우 일부인사들은 "21세기 경영연구회"
를 이끌고 있는 김덕룡 의원쪽을 택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민정계의 경우 2일 경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한동 고문이 경기도를 중심
으로한 수도권 출신 원내외 위원장 30여명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 출신의 민정계와 평소 김윤환 고문과 가까운 관계에 있던 구여권
인사들의 행보는 아직 점치기가 쉽지 않지만 이들중 상당수가 결국은 김고문
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회창 대표 진영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대구.경북 출신의 일부 위원장들은 이 지역에서 여론조사 1, 2위를
달리고 있는 박찬종 이수성 고문을 놓고 저울질 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김윤환 고문의 행보를 뒷받침할 "신정치회"의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양정규 류흥수 장영철 김태호 이웅희 함종한 의원 등은 2일 의원회관
에서 모임을 갖고 정발협이 공식 출범하는 3일 1차로 3선이상 중진 20여명이
참여하는 준비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들은 점차적으로 지지세를 확대, 최소한 50여명의 지구당 위원장을 확보
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신정치회가 과연 계파적 결속을 가진 모임으로 출범할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모임에 참여할 것으로 거론된 권익혁 이해구 의원 등은 "내일 모임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이상득 의원 등은 "현단계에서 특정 인사를 지지하기 위한 모임 결성에는
뜻이 없다"고 밝히는 등 독자세력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거명되는 인사들중 일부는 결국 김윤환 고문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할
것으로 예상돼 민주계 중심의 정발협과는 대립관계에 설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발협은 3일 공식출범을 앞두고 당내 초선모임인 시월회 멤버 38명중
22명을 "포섭"했다.

경선중립을 표방했던 시월회는 사실상 해체된 셈이다.

정발협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현역 60여명, 지구당 위원장 50여명 등
총 1백10여명이 정발협 가입의사를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지구당 위원장들을 상대로 영입작업을
계속해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이제 정발협과 신정치회 등은 지구당 위원장들을 최대한 포섭해 "결정적
시기에" 특정후보를 지원할 태세여서 경선정국이 급격한 세몰이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회창 대표의 거취문제가 경선정국 초반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상황이어서 이대표의 대응자세에 따라 대선주자들간 합종연형은 물론 여권의
경선국면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