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터져나오는 한보 대선자금 관련 설을 놓고 여야간 대선자금 공개
공방이 가열되면서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혼미를 거듭
하고 있다.

그동안 6백억원 2백억원설 등을 제기하며 공세를 취해온 야권은 9일 "한보
대선자금 9백억원 제공설"이 터져나오자 김영삼 대통령의 책임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선 반면 신한국당은 사안의 폭발성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한보사건 수사에 따른 일부 정치인의 구속과 함께 대선자금
파문이 정치권의 "빅뱅"을 몰고올 것으로 점치는가 하면 연말 대선도 이같은
파문의 영향을 받지 않을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신한국당 ]]]

"한보 대선자금 9백억원 제공설"이 제기되자 사안 자체의 무게와 향후
정국에 미칠 엄청난 파문 등을 우려하면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야권이 공세를 고삐를 늦추지는 않을 기세이고 여론도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어서 섣부르게 대응할 경우 괜한 빌미만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각종 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여권 핵심부의 포괄적인 입장표명으로
92년 대선자금 파문을 넘기려는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며 야권에 대한
대선자금 공개 요구도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시점에서 9백억원 수수설이 흘러나온데 대해 당내에서는 이회창
대표와 민주계의 갈등과 연관지어 "음모설"이 제기되는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 간사장인 서석재 의원이 대선자금을 수수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것과 관련, "반 이회창 세력화"를 지향하는 정발협을
초기에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주장마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서의원도 이날 "뭔지는 모르지만 어떤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음모설을
제기했다.


[[[ 국민회의 ]]]

야권은 "한보 몸통"이 바로 김대통령이라며 김대통령의 책임문제를 본격
거론하고 나섰다.

국민회의는 이날 당 10역회의에서 김대통령이 정치적 법적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통제불능의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김대통령의
고백과 사과를 촉구했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김대통령이 더이상 빠져 나올수 없는 상황이 전개
되고 있다"며 "우리 입으로는 아직 그 얘기(김대통령의 정치적 책임론)를
하지 않고 있지만 현 사태가 우리의 통제권내에 있는 것도 아닌 만큼 국민이
요구하면 무슨 힘으로 막을수 있느냐"고 말했다.

조대행은 "김대통령은 한시라도 빨리 대선자금문제를 자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며 그후에 국민이 그것을 수용하느냐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자민련 ]]]

빠른 시일내에 김대통령이 국민과 역사앞에 대선자금을 진솔하게 고백,
국민들의 용서를 구하고 내각제 개헌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환 사무총장은 "내각제 개헌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며 "국민들이
심기일전토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법 개정 등으로는 충분치 않고 김대통령
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포함한 정치권 전체가 내각제 개헌문제에 진지
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정호.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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