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로 예정된 국민회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각제를 고리로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대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자민련이 이제까지 국민회의쪽에 요구해왔던 "전당대회에서의 내각제 당론
채택"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여야를 막론한 "내각제 추진세력의 대연합"을
주창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민련 김용환 사무총장은 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국민회의가 내각제
당론을 전당대회 또는 수임기구에서 채택하는 문제는 시비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내각제를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국민회의 한광옥 사무총장은 김총장을 만나 내각제
당론 채택여부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통령후보와 당무회의에 위임키로
했다는 국민회의 측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각제 문제는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총장의 발언은 현재의 국민회의 입장을 받아들여 야권공조는
계속하되 후보단일화 논의는 국민회의측에서 수임기구를 통해 내각제를
당론으로 채택한후, 논의할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김총장의 입장 표명으로 국민회의의 내각제 당론 채택을 둘러싼
양당간의 갈등은 당분간 수면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내각제를 고리로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후보단일화 문제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지난 6일 충남포럼에서 "전당대회후 자민련과의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내각제 수용이 가능한 쪽으로
추진하겠다"며 내각제를 협상카드로 이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김총장은 이날 "내각제가 전제되지 않는한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은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후보단일화 논의과정에서 내각제 헌법과 연립정부 구성 등의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며 조기 내각제 개헌론을 주장했다.

자민련의 "선 내각제 수용, 후 후보단일화" 대원칙은 결코 양보할수 없다는
의미이다.

결국 국민회의는 후보단일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각제를
활용하려는 반면 자민련은 내각제라는 목표를 위해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동상이몽"의 상황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총장은 이날 자민련과 함께 제휴를 모색할수 있는 "내각제
추진세력"이 국민회의 이외에도 존재한다는 점을 내비쳤다.

김총장은 "이번 대선은 내각제 추진세력과 대통령제 고수세력간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며 "내각제 추진세력내에서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통령제를 종식
시켜야 한다"고 범내각제 지지세력의 연합을 촉구했다.

그가 말하는 내각제 추진세력은 신한국당내 이홍구 이한동 고문 등 권력
분점론 주창자와 정계복귀를 선언한 박태준 전 포철회장 등을 포함하는게
아니냐는게 정가의 분석이다.

자민련으로서는 이번 대선을 "내각제 추진세력의 대결집"의 구도로 몰아,
광범위한 연대를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뜻을 밝힌 것이다.

특히 김총장은 특히 후보단일화의 기준과 관련 "집권후 15대에 내각제를
확실히 담보할수 있는 사람"으로 꼽아 이같은 생각을 뒷받침했다.

자민련이 국민회의에 연연하지 않고 여권의 후보를 포함한 "내각제 세력"과
적극적인 연대에 나서는 것으로 대선해법을 풀어나갈지, 아니면 국민회의에
대한 압박용카드로 끝낼지, 양당간의 줄다리기가 주목된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