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전 포철회장이 오는 6월말경 실시될 포항 북 보궐선거에 출마키 위해
7일 귀국함으로써 이미 출마를 선언한 이기택 민주당 총재와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선거는 누가 승리자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대선정국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어서 벌써부터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전회장은 이날 귀국 직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개무량하다"며
소감을 밝힌뒤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박전회장은 선거에서 이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여러분이 판단할
문제"라고 여유를 보인뒤 "구체적인 얘기는 내일 포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겠다"며 포항으로 직행했다.

박전회장측은 그의 보선출마가 "포항시민에게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이번 보선을 "지렛대"로 삼아 T.K
(대구.경북)를 중심으로한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전회장이 한때 그가 꿈꿨던 대권을 향해
다시 뛸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박전회장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될 민주당 이총재는 이날 마포당사에서
전국 지구당 위원장들과 함께 "포항보궐선거 필승결의대회"를 개최, "전의"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 이총재는 반드시 당선돼,침체에 빠진 민주당의 활로를 개척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총재는 "박 전회장과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 심경에는 변함이 없으나
이제는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전회장이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지만 우리는 이총재 개인이 아닌 민주당의 운명을 걸었다"며 포항
보선에 임하는 민주당의 "비장감"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이날 결의대회에 이어 신정수 재경포항향우회장을 위원장, 이규정
원내총무를 본부장으로 하는 "포항 보궐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켜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시켰다.

민주당은 또 이총재가 선거준비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 강창성 부총재에게
당무를 위임, 당분간 총재권한 대행체제로 당을 운영키로 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